지난해 12월 산중총회에서 주지로 선출되어 지난 9월 22일 진산식을 봉행한 봉원사 신임 주지 조환우스님을 만났다. 환우스님은 봉원사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봉원사에서 득도한 뒤 오늘에 이르는 봉원사의 산증인이자 종단의 큰어른이다. 신임 주지로서의 포부는 물론 봉원사와 종단에 대한 얘기들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종단 총본산 봉원사의 신임 주지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봉원사는 어떤 절입니까.봉원사는 불교 전통음악인 범음범패(梵音梵唄)와 불화단청(佛畵丹靑) 등 불교전통문화 창달의 본고장으로 종단의 교육과 연수, 각종회의 등 중요한 행사는 모두 봉원사에서 행해지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총본산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 선각자이신 김구 선생이 왜인을 피해 출입하면서 큰 스님들과 교분을 나누던 곳이기도 하지요.예전에는 조계종의 토지 불법매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금년 2월에 조계종측과 합의해 토지 문제를 법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대화로 풀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봉원사는 조계종과의 사찰분규를 근본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해 현재 양 종단 대표가 대화중에 있으며 봉원사의 땅을 실질적으로 찾기위해 하나하나씩 노력해 가고 있습니다. ▲ 사찰에 있어 주지는 어떤 자리입니까. 특히 봉원사같은 큰 사찰의 주지는.원래 주지라는 말은 상주법지(常住法持)라는 사자성어를 줄인 말로 사찰에 상주하면서 불법과 대중을 수호하는 소임을 말합니다. 봉원사도 신도분들의 동참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서까래 하나라도 절은 스님들 께 아니지요. 스님들은 단지 절을 관리만 해 주는 것입니다. 봉원사는 대중처소이기 때문에 주지라는 자리가 감투라기보다는 봉사하는 자리지 어떤 직위나 명예를 바라는 자리가 아닙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찰의 총 관리인으로서 절 대중이나 불교신자들한테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원사는 큰 사찰인만큼 신도가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 신도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현재 봉원사 신도는 등록 기준으로 약 10만명 정도로 관음회 등을 중심으로 신행과 포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도회들은 관음회를 비롯, 모두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주지라고 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절 일이라면 신도들이 먼저 발벗고 나섭니다. 특히 봉원사는 우리 신도들이 적극 권해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어느 절이나 그렇겠지만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신도들의 마음 밭 가꾸기에 신경을 더 씁니다. 신도들 가정을 봐도 맞벌이도 많이 늘고 그러는데, 이런 때일수록 신도들이 더욱 자주 절을 찾게끔, 그래서 신도들이 사바 속진을 절에서나마 말끔히 씻게끔 그리 하자고 대중스님들에게도 이르고 하지요. 시주는 형편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지 돈이 많고 적음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절을 찾아와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선암사 사태로 종단이 다소 어수선한 감이 있는데...선암사가 갖는 종단 내 위상으로 볼 때 일단 합동득도 산림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 양보와 대화를 바탕으로 합의를 봐야지 그걸 빌미 삼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지금 종단에서는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혁은 지금까지 타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꾸어 보다 나은 종단을 건설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도 각자의 의식개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종도들의 협조와 관심속에 종단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전승과 불사가 대중의 십시일반으로 원만히 성취되길 기원합니다.다음세대에는 후학들이 수행정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종단문제 등 어려운 상황이 종도들의 동참속에 모두 해결되길 바랍니다.▲연꽃축제 등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포교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연꽃축제같은 행사는 국가의 지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경비가 많이 드는 편입니다. 그러나 봉원사의 이익을 바라기보단 각박한 세상에 한 시간이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쉬게 해 줄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한 것입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와 한국불교에 대해 알고 배울 수 있는 계기도 되지요.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독도에 가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울릉도나 백령도 같은 섬에서 불자들을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하는 것도 좋지요.▲주지스님은 봉원사의 산증인이신데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특히 기억에 새로운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옛날에는 먹고살기 어려워 승려가 되려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스님들은 행자들의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 3년정도 고행을 시켰습니다. 더구나 절 살림이 어려웠던 아주 예전에는 스님들이 동네를 돌며 탁발도 하곤 했지요. 요즘 보면 가끔 젊은 스님들이 너무 편한것만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초발심을 갖고 예의를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중에는 인민군이 봉원사 인근 이화여대와 신촌에 주둔했었지요.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 수복이 되는 와중에 봉원사가 전화에 휩쓸려 대웅전이 불 탄 적이 있었습니다. 화재 진화 과정에서 기월스님이 포격에 의해 돌아가신 일이 큰 슬픔으로 남습니다.▲그런 일도 있었군요. 화제를 좀 돌려, 스님께서 가장 많이 일러주시는 법문은 어떤 내용입니까.청정일심(淸淨一心)이라고 하늘과 땅도 깨끗해야 하지만 사람 마음도 깨끗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속을 비우고 환하게 살면 만사가 형통되기 때문에 청정일심을 강조하지요.▲끝으로 종도들과 불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은.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옛 것의 소중함을 알고 옛 문화를 지켰으면 합니다. 지금 세대는 너무 즉흥적이고 새 것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각박한 생활속에서도 옛날 순수의 세계로 돌아가 서로 융화하고 서로 의논하여 양보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씩 물러나서 믿고 이해한길 당부합니다. 소납은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봉원사와 종단은 둘이 아니며 같은 승가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재임기간동안 공부하고 수행하는 자세로 사중의 화합에 힘쓰고 봉원사와 종단발전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