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조연현 기자 인도 순례기 펴내

“누구에게나 임을 만나기 위해,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쳐도 만날 수 없고 낳을 수 없던 아픈 세월이 있다. 그러나 맨발이 화석이 될 만큼 오랜 순례 끝에 우리는 임도 아름다움도 잉태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임을 우연히 깨닫는다.”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조연현씨가 아수라장 같은 인도의 오지를 여행하며 가슴에 새긴 눈물을 진주로 토해냈다. 신들의 땅에서 만난 사람들의 미소와 고행, 그리고 그들의 삶과 부대끼며 얻은 깨달음의 글들을 ‘영혼의 순례자’(한겨레신문사 펴냄) 한 권에 담아낸 것.
아내와 딸을 둔 가장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뒤로한 채 회사에 1년 간 ‘자비연수’를 신청하고 떠난 그의 가출, 아니 그의 인도여행은 생살을 분리해야 하는 출가의 진통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40년 동안이나 익숙해 온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떠난 생경한 풍경 속에서 그토록 그가 갈망했던 ‘떠남’이 ‘영겁동안 계속되어 온 이별과 만남, 자유와 귀속을 그리는 윤회의 놀음’이었음을 깨닫는다. 또‘떠난 것은 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몸부림이었음을,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 것은 실은 그를 사랑하고 싶었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에게 순례는 멋지거나 행복한 것만이 아니었다. 저자는 유명 관광지나 문화유적 대신 오지의 사찰과 아쉬람(수행자를 위한 인도식 공동체)을 찾아가며 스스로 고행의 길을 걸었다. ‘인도에선 인도식으로’라고 다짐했던 저자는 인도 북부 끝 히말라야의 스피티 지역과 가로왈 지역에서 최남단 케냐 쿠마리까지 고물 버스와 자건거, 도보로 이동했다. 그의 여행은 그것만으로‘만행’에 가깝다. 
티베트 망명자들이 정착한 사찰과 위파사나 명상센터, 요가 아쉬람, 간디 아쉬람, 각종 요가·명상센터의 모습도 생생하게 소개된다. 보드가야 위파사나센터에서는 도마뱀들과 동거를 해야했고, 개미떼의 모진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 병이 들 무렵에는 노승이 내민 약초로 기운을 찾는가 하면 시크교도에게 사기를 당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이렇듯 저자는 걸인과 떠돌이 노승, 히말라야 여인 등 그들 사회에서도 가장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환한 웃음 또한 보게된다. 그리고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수행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다. 
“옴마니밧메훔 마니윤차를 수없이 돌리고, 오체투지를 수만 번 한다하더라도 누군가를 대할 때 평화롭게 미소지을 수 없으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저자는 그렇게 잔잔한 마음의 미소를 짓고 있다. 9천500원.
조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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