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측 위원장 자월스님(왼쪽)과 조계종측 위원장 원택스님(오른쪽)이 합의안에 서명한 뒤 상호 교환하고 있다.


양 종단 봉원사 대책위 1차 회의 열고 합의안 도출
재판 중단·8인 실무위 구성 대화 지속적으로 진행

한국불교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태고종과 조계종간에 50년 넘게 지속돼왔던 사찰분규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양 종단간 사찰분규 해결을 위해 구성된 「태고종·조계종 봉원사 대책위원회」는 4월 21일 11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열고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양 종단간 대화를 추진하여 빠른 시일 내에 사찰분규를 해결하자’는 원칙에 합의했다.
양 종단간 위원회가 구성되고 상견례를 겸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대책위는 1시간 가량 대화를 갖고 △한국불교와 사회의 평화를 위해 양 종단간 대화를 불교 고유의 사고와 방법론에 의해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 △원만한 대화 진행을 위해 현재 계류 중인 봉원사 재판을 무기한 연기할 것 △실질적인 대화 추진을 위해 양 종단 각 4인씩 8인으로 하는 실무위원회(태고종 : 구해·일운·월해·법현 스님, 조계종 : 정휴·법안·장적·동진 스님)를 구성할 것 △다음 회의는 실무위원회의 진행과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할 것 등 4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해냈다.
합의문 중 봉원사 재판문제는 지난 2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에서 ‘2001년 조계종의 성국 스님이 봉원사 토지 일부를 대한불교조계종 봉원사로 등기한 것에 대하여 이를 말소등기하고 원래의 봉원사로 환원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조계종 측에서 이에 불복하고 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에 있다. <본지 425호·426호 1면 참조>
회의에 앞서 태고종 측 대책위원장인 자월스님은 기조발언을 통해 “태고종과 조계종은 지난날 역사적인 소용돌이에 의해서 비록 종명을 달리하여 서로 나뉘어 살고 있으나 그 뿌리는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하고 있는 한 종단”이라고 전제하고 “양 종단 대책위원 스님들 모두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어렵게 성사된 대화가 형식이 아니라 알맹이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 불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가사회의 여망에 부응하여 한국불교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자월스님은 또 “양 종단간 사찰분쟁은 사회에 투영된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한국불교의 공동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으며 특히 수세의 입장에 놓인 태고종으로서는 그동안 말 할 수 없는 고통과 회한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호양의 정신과 겸허한 자기성찰을 토대로 하여 지난날의 잘못된 역사와 대립관계를 지금 이 시점부터 깨끗이 털어버리고 서로 협력하고 부양하는 공존공생의 길을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조계종 측 대책위원장인 원택스님 또한 기조발언을 통해 “양 종단은 이미 지난 1989년에 사찰분규를 종식하기 위한 합의안을 만들어 종회까지 통과됐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날의 합의안을 토대로 우리 세대에서는 사찰분규를 확실하게 매듭지어 한국불교 발전의 초석을 다져나가자”고 말했다.
원택스님은 또 “현재의 만남은 봉원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봉원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나머지 분규사찰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승가의 본연인 상생과 화합의 정신에 따라 봉원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여 한국불교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함께 매진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신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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