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법현 교무부장스님(오른쪽)과 조계종 법안 기획실장스님이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화합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태고·조계종 공동기자회견 열고 분규해결 천명
대책위 구성 합의 … 현실 인정하는 선에서 추진

반세기가 넘게 지속돼왔던 태고종과 조계종간의 사찰분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태고종 교무부장 법현 스님과 조계종 기획실장 법안 스님은 3월 14일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양 종단간의 사찰분규를 종식한다는 큰 틀에서 우선 신촌 봉원사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양 종단 각각 9인의 위원으로 하는 「태고종·조계종신촌 봉원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현스님과 법안스님은 “사찰분규에 대한 양 종단간에 이견은 있지만 과거역사는 역사적 평가로 진행하고,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현실을 인정하는 선에서 대화를 진행한다는 큰 틀에서의 원칙에 합의했다”며 “지난 2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로 수면위로 떠오른 신촌 봉원사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대화의 진행 방법과 관련해서는 “사회법에 의존해왔던 소송 등을 철회하고 승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원융화합의 정신에 따라 조건 없이 대화를 진행하여 양 종단의 종도는 물론 불자와 국민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해내겠다”며 “우선 현안으로 떠오른 봉원사 문제만을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분규사찰 전체로 확대하여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활한 대화를 위해 대책위원회 내에 실행위원회를 둘 것과 △봉원사 현황 파악을 위한 양종단 합동조사단을 구성, 빠른 시일 내에 조사에 착수할 것 △80년대에 마련한 분규종식 합의안을 반영할 것 등을 합의했다.
참고로 80년대에 마련한 양종단 분규종식 합의안은 △양종단간 사찰분규는 상호 현실을 인정하는 선에서 조기에 종식할 것 △분규사찰 재산을 모체로 재단법인 설립, 양 종단 대표 공동 운영 등이었다.
그러나 당시 합의안은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부결됨으로써 결렬됐었다.
한편 양 종단의 대화 분위기는 지난 2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에서 ‘2001년 조계종의 이준복 스님이 봉원사 토지 일부를 대한불교조계종 봉원사로 등기한 것에 대하여 이를 말소등기하고 원래의 봉원사로 환원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역사적으로 전래되어온 사찰들은 이념적 요소로서 불교 교의, 행위적 요소로서 법요 집행, 조직적 요소로서 승려와 신도, 물적 요소로서 토지와 불당 등 시설이 결합되어 성립하는데,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봉원사가 이에 대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사찰이 특정 종단과 법률관계를 맺고 나면 그 소속 종단의 사찰이 되어 당해 소속 종단의 종헌이나 종법에 따라야 하고 주지 임면권 또한 당해 종단에 귀속되기 때문에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따라서 1962년 통합종단이 창설되어 비구, 대처 종단이 통합종단에 흡수되었다는 판례가 있다 하더라도 비구, 대처에 의하여 나뉘어져 있던 종단이나 종파 그 자체의 통합에 본래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당시 존재하던 모든 전래사찰들이 통합종단에 가입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통합종단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 대해 태고종은 ‘봉원사 토지가 태고종 봉원사 소유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한 반면 조계종은 ‘종교자율성에 대한 간섭’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신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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