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총림 선암사 칠전선원을 비롯, 단오선원, 해인선원 등 전국의 종단 소속 선원들이 지난달 31일(음력 4월 보름) 참선 수행에 정진해 온 눈푸른 수좌들이 방부를 들인 가운데 일제히 정해년 하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태고총림 방장 혜초 종정예하는 이날 하안거 결제법어를 통해 “달마(達磨)가 서래(西來)하여 수휴척이(手携隻履)하고 일조주장자(一條拄杖子)한 까닭이 무엇인지”를 묻고 “육조고사(六朝古寺)의 조계가풍(曹溪家風)이 날로 쇠미(衰微)하니 조주(趙州)의 삼봉(三棒)이 어디를 향해 가야하느냐”며 수행 기강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일갈했다.혜초 종정예하는 이어 “초석(礎石)을 다시 놓고 기둥을 세워 상량(上樑)을 올리는 흥법불사(興法佛事)를 해야한다”며 “태고(太古)의 법손(法孫)이여, 출가납자(出家衲子)여, 선암(仙巖)의 대중(大衆)이여 각성(覺醒) 또 각성(覺醒)”할 것을 당부했다.올해 하안거 해제는 8월 27일(음력 7월 보름)이다.정해년 하안거 결제설법 雲散水流去寂然天地空人牛俱不見正是月明時구름이 흩어지고 물은 흘러가도천지는 온통 텅 비어 적적하도다사람과 소를 모두 볼 수 없으니참으로 달 밝은 좋은 때로구나.제방에 참선대중들이여~ 정해 년 하안거의 좋은 시절인연이, 청산에 구름을 걷어내어, 만고에 광명으로 금벽을 가르고, 수행의 향기는 삼계를 뛰어 넘어, 진여를 쫒아 걸림이 없게 되었습니다.이러한 좋은 때, 한철 잘 다듬어 부처이루기를 바라며, 산중의 소식을 내어 놓으니, 인연 있는 참선대중은 산수 한 모금으로 지혜청정의 정견을 갖으시기 바랍니다. 무릇 수행이란 안개 속에 무명옷 젖어 들듯이 놓치지 않고 즐겨야만 망상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인바, 여기에는 청정한 삼학의 다듬질이 있어야만 합니다. 늘 알아차림으로 깨어있어서 진멸(塵滅)의 공적함을 얻되, 몸과 마음을 청정케 하는 지계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지계청정으로 마음을 맑히되, 끊이지 않는 선정으로 일행삼매를 얻어 지혜를 증득해야, 부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수행 중에 솟구치는 망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함은, 결국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자유롭지 못함이니, 모든 분별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생사와 열반이 본래 평등한데도, 좋고 나쁨과 있고 없음을 분별하는 사량심으로, 아집(我集)과 법집(法集)에 머물러, 진여의 문턱에서 헤메이고 있는 것입니다.능엄경에서도 부처님께서 분별을 경계하여 이르시기를“汝等尙以緣心聽法하니 此法亦緣이어서 非得法性이니라”.“너희들이 오히려 대상에 끌려가는 마음으로 법을 듣고 있으면이 법 또한 분별의 대상이 되어서, 마침내 진실한 법의 본성을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분별의 경계야 말로 정견(正見)을 사견(邪見)으로 혼착(混着)시키는 마장 중에 가장 으뜸인 것입니다. 즉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 착색된 안경 색으로 밖에 볼 수 없듯이, 이 분별의 경계를 벗어날 수 있어야, 어디에도 집착함 없이 깨어있게 되는 본각명심(本覺明心)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리를 한 생각에 돌이켜볼 수 있다면, 법계의 진리가 곧, 분별없는 무애한 마음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 진리를 아는 사람은, 이마져도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보아도 본바가 없고, 들어도 들은바가 없어야 분별망상으로부터 자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방의 참선대중은 이 도리를 알아, 한철 수행에서 무명의 풀을 뽑고, 걸림 없는 지혜로 곳곳에서 부처의 광명 가득한 법체를 이루시라.外息諸緣하고 內心無喘하여絶言絶慮하면 無處不通이라.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고안으로 마음에 헐떡임이 없어서말도 끊어지고 생각도 끊어지면그 무엇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단오선원 선원장 도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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