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은 근래 상당 기간 동안, 종단 중흥발전을 위한 과도기적 진통을 겪어왔다. 하지만 산고없이 새생명의 기쁨 또한 없는 법이다. 숱한 인고의 세월을 감내한 한국불교태고종의 미래는 그래서 그만큼 더 밝아진다 할 것이다. 다만 아픔을 성숙으로 승화시킬 초심과 지혜는 불가결이다.지난 9월 22일 제100회 중앙종회에서 제24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인공스님은 당선 다음날 곧바로 총림 선암사를 찾아 혜초 종정예하에게 당선 인사를 드린 데 이어, 29일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 새 집행부를 구성함으로써 이제 종단 중흥발전을 위한 재도약에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취임에 즈음하여 종단 안팎의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고, 새 집행부 인선 및 공약으로 내세운 종책의 구체적 수행방안 마련을 위해 종단 원로대덕 및 중진간부 스님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중에도, 총무원장 인공스님은 본보를 통해 종도들과 소통을 최우선적으로 앞세웠다. -먼저 제24대 총무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는데, 특히 종도들에게 전하고픈 당선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그동안 종단발전과 원융화합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종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선거가 원만히 치러져 다행으로 여기며,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비록 드러나지 않아도, 지극한 애종심으로 종단의 발전을 위해 밤낮 수행정진 원력을 모았을 수많은 종도들 또한 잊지 않을 것입니다. 불보살님의 가피와 종도들의 기원으로 오늘 이 자리가 있다는 것을 늘 새기며, 임기를 마치고 회향하는 날, 선조사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총무원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총무원장이라는 막중 소임을 맡게 된 것은 내 개인이 잘나서가 아니라, 종단현안을 원만해결 하여 실추된 종단 위상을 하루빨리 회복하라는 종도들의 염원이 결집된 것이라 명심하고 종무행정에 임할 것입니다. 종도 여러분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길게는 지난 2~3년, 종단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심지어는 ‘삭발염의 한 뜻이 이다지도 흐려지니, 승복입고 다니기 부끄럽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대승 교화종단으로서의 위상이 추락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태고종은 주지하다시피 석가세존의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태고종조 종풍을 선양하여, 견성성불 전법도생 함을 종지로 분명히 못박고 있습니다. 대승교화종단인 동시에 보살불교종단으로, 1,600년 동안 법통을 면면히 이어온 한국의 정통불교종단입니다. 하지만 근래의 종단 모습은 종지와 종풍 및 종조의 가르침에 비추어 참괴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근본과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걸 다시 추슬러야 합니다. 오늘에 이르러 또다시 이해당사끼리 서로 지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각자가 스스로 참회부터 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서 책임질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참회입니다. 그런 참회를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종단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에 모든 종도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선거 공약에서도 종무조사 실시를 강조했습니다. 종단 현안을 철저히 조사해 일단 사실관계는 명확히 규명하고 응분의 조치 및 책임을 물어야 할 게 드러난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파사(破邪)가 선행돼야 현정(顯正)이 있습니다. 그래야 종단 위상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공약에서도 앞으로 종단이 지향해야할 방향과 지표를 제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렇습니다. 종교는 신앙의 근본가치와 내면적 및 대사회적 윤리도덕을 벗어나서는 존속하지 못합니다. 존속해야 할 이유도 없구요. 그래서 세 가지 지표라 할까, 그런 것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우선, 보살불교를 지향하는 대승종단의 사상과 이념, 그리고 종단이 추구하고자하는 가치를 재정립하여 전통적 수행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승려 연수 및 교육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그 다음은, 잔존해 있는 종도 불신과 불협화음을 잠재워 화합을 이루고 만연된 개인주의를 불식하여, 종단 구성원 각자가 책임을 함께하는 단일공동체를 실현함으로서 종단의 발전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일입니다. 종무행정을 합리적이고도 투명하게 꾸려가는 게 선결과제입니다. 신뢰가 있는 곳에 화합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대정신에 따라 중생의 요구에 부흥할 수 있는 불교성직자로서 소양과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여 중생교화능력과 종단의 대사회적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일입니다. 우리 종단은 대승교화종단임을 표방하면서도 인적 또는 재정적인 여건의 취약으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포교원 활성화 등 별도의 전담기구를 정비하여 사회교화사업에 중점을 두겠습니다.-가치와 이념 재정립을 통한 기강확립은 필수불가결한 일이겠습니다. 그런데 종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의 하나가 부채문제라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종도들에게는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종단명의의 부채에 대해서는 상환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채권은행과의 협의를 통하여 채무자 변경 조치 등으로 종단재산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할 것입니다. 특히 봉원사와 관련된 채무는 종단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주지스님과 함께 봉원사가 책임지고 상환하도록 할 것임을 다시 천명합니다. 믿고 지켜봐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종헌종법 미비점 개선 및 종단제도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종헌종법이 일반사회법에 필적할 만한 법리적 체계와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점은 누구나 인식하는 바입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승가공동체란 성문법에 근거한 세속적 의미의 법치가 적용되어 온 곳이 아닙니다. 소임을 두고도 대중공사를 통해 추대를 하고, 또 이를 사양하기도 한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니 급변하는 시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구석들이 노출되기도 합니다. 물론 세월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종헌종법도 많이 손봐야 할 것입니다. 법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개정안을 만들 것입니다. 종단의 정체성과 승단의 법도에 부합하고,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민주질서에 어긋나지 않으며, 종도 모두가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보편타당한 법과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제도개혁은 ▲합동득도 및 승려교육 ▲종단 및 사찰의 재산관리 ▲승려의무금 및 분담금 징수 제도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아울러 제도 시행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집행자의 일방적 독주와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 사조직에 의해 종단이 흔들리고 종도가 분열되는 폐단을 막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할 계획입니다.그런데, 법과 제도도 제도지만,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일입니다. 종단 각급 기관 및 종무행정의 인적쇄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안목과 식견을 가진 중진 스님과 참신하고 젊은 인재들로 종단제도개혁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전국 종도들의 추천과 여론을 수렴하고, 종도라면 누구나 가릴 것 없이 인재를 모으겠습니다. 그래서, 종단의 체질개선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 나갈 것입니다.-개인이나 조직이나 위신을 잃기는 쉬워도 이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법이라고들 합니다. 목하 현안은 산적해 있고,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나 관례들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확한 이야기입니다. 막상 소임을 맡고 보니 시급을 다투는 일이 한 둘이 아닙니다. 급할수록 둘러가라 했습니다. 우리 종단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종단이 처한 실상을 솔직하고 철저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대책을 수립하여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겨집니다.이미 공약에서도 밝혔듯, 앞으로 우리 종단의 미래는 전통사찰인 봉원사·선암사·법륜사 등 종단기본사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예컨대 봉원사는 총본산사찰로, 선암사는 기성 승려들의 종합수행도량인 총림사찰로, 법륜사는 사회교화 및 포교중심사찰로 특성을 가지고 역할분담을 해야 합니다. 이상의 삼대 기성사찰이 각기 특성에 따라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종단에 등록된 사설사암들이 애종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한다면 우리 종단은 멀지 않은 장래에 크게 도약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따라서 향후 삼대 기본사찰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수립하여 차질 없이 시행할 것입니다.특히 봉원사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조계종과의 협상문제가 마무리되면 명실상부한 태고종 총본산사찰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체안을 마련하여 임기 내에 반드시 실현하도록 하겠습니다.-일각에서는 선거국면에서 ‘인공스님이 총무원장이 되면 구 집행부와는 총무원장만 바뀌었을 뿐 뭐 달라질 게 있겠는가’라는 악의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각오 및 포부와, 종도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내가 만일 총무원장이 되어 전임자가 했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면 무슨 이유로 총무원장을 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13세에 동진출가하여 57년 동안 승려생활을 해오면서 비록 출가승려로서의 수행의 미진함은 인정하나 양심에 비추어 부도덕한 행위를 하거나 불의의 편에 서서 부적절한 잇속을 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구구절절 이런 이야기는 구차하고 부질없습니다. 우리 종단이 현재 이런 한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형편이 아닙니다. 뽑았으니 믿고 도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총무원장이 심부름꾼으로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종단을 위한 총무원장이지, 개인 영달을 위한 자리는 아닙니다. 태고종이 어떻게 가꾸고 지켜온 종단입니까. 불국토 구현의 장도에 걸림돌 하나 만났다고 정통종단 태고종이 예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종단이 종단 옛 위상을 되찾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게 총무원장의 영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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