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手把鋤頭 步行騎水牛 (공수파서두 보행기수우)人從橋上過 橋流水不流 (인종교상과 교류수불류)빈손에 호미들고 다가가서 물소를 타고다리 위를 지나가니 다리는 흐르는데 물은 흐르지 않네다리위에 서서 흘러가는 물을 내려다보면 옛사람의 말처럼 물이 흘러가는지 물은 가만히 있고 다리위에 서있는 내가 흘러가는지를 분간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세월의 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인지 시간위에 서있는 내가 흘러가는 것인지 가름할 수 없습니다.결제(結制)를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해제(解制)일이 되었습니다.해제일이 되면 견(見), 문(聞), 의(疑), 삼사(三事)를 가지고 자자건도(自恣?度)를 하는 날입니다.총림대중은 그동안 공부한 것을 앞에 내놓아보시오도(道)를 공부하는 사람이 결제해제가 따로 있겠습니까.불교의 요체(要諦)는 수행을 통하여 지혜를 증장(增長)하고 지혜의 힘으로 중생을 요익(饒益)케 하는 것입니다.협산선회(夾山善會) 선사는 화정(花亭)선사의 문하에 들어가 그 법을 잇고 협산에 들어가 밭을 일구며 수행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중국의 고승입니다. 하루는 어떤 수행자가 협산선사를 찾아와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사문(沙門)이 해야 할 행(行)입니까?” 이때 선사가 “움직이면 그림자가 생기고(動則生影), 깨달으면 병이 생긴다.(覺則生病)”라고 대답하였습니다.동산양개(洞山良价)선사는 중국 회계(會稽) 사람으로 위산영우(?山靈祐)선사의 뜻을 받들어 운암 담성(雲岩湛性)의 제자가 된 선승입니다. 어느날 한 스님이 동산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추위나 더위가 오면 어떻게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하였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겠지.” 그 스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자 선사가 대답하였습니다. “추울 때는 추위에 뛰어들고, 더울 때는 더위에 뛰어드는 것이다.”우리는 여기서 양선사의 번득이는 선기(禪機)와 수행자의 행이 어때야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사물(事物)이 움직이면 그림자가 생기고, 깨닫고 나면 중생의 병(病)을 앓는 것은 정한 이치요, 어차피 추위나 더위는 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우면 추위에 더우면 더위에 뛰어드는 것이 추위와 더위를 이기는 길이 됨은 당연한 일이지요중생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우비고뇌(憂悲苦惱)가 교차(交叉)되는 세속적인 삶을 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리이타의 보살행과 선교불이의 이리원성(二利圓成)이 불타의 교시(敎示)요 승의제(勝義諦)와 세속제(世俗諦)가 다르지 않으니 이번 해제 중에는 부처되는 공부를 잠시 접어두고 중생의 밭에 선근종자(善根種子)를 심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지금 우리 국토는 수해를 당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복구에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불교는 모름지기 중생을 법(法)으로만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구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수행자가 염의(染衣)를 입고 수해현장에 찾아가 수재민을 돕는 이타행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수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이야 말로 수행과 교화가 둘이 아니요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음을 증명하는 일이며, 진정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길입니다.花種雖因地 從地種花生 (화종수인지 종지종화생)若無人下種 花地盡無生 (약무인하종 화지진무생)꽃은 땅을 인연으로 하여 땅에 뿌려진 씨앗으로부터 꽃을 피우지만만일 꽃씨를 뿌리는 사람이 없다면 꽃은 땅에서 피지 않으리니이 게송(偈頌)은 동토(東土) 제3대 사조(嗣祖)이신 승찬(僧璨)선사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땅에 꽃씨를 뿌리는 것처럼 중생의 복밭에 부처의 선근종자를 뿌리는 일이야 말로 수행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이번 해제 기간에는 폐허 속에서 연꽃을 피게하는 구도자(求道者)의 정성으로 수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행화(行化)의 덕을 베푸는 수행을 하시기 바랍니다.世間遷流我亦流 自笑一聲天地驚 (세간천류아역류 자소일성천지경)四海香風從此起 法雨普潤周沙界 (사해향풍종차지 법우보윤주사계)세상이 흘러흘러 나도 또한 흘러가니스스로의 헛웃음 소리에 천지가 놀라네사해의 향기로운 바람 이로부터 일어나서한줄기 법비가 중생계를 적시는 도다. 太古叢林 方丈 慧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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