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29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1전시실서... 불화와 민화, 소품 등 90여점 전시

▲ 최유현 자수장

“나의 마음은 수 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만해 한용운스님의 시 ‘수(繡)의 비밀’ 의 한 구절이다.
만해스님은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구도의 길을 자수의 본질과 빗대어 시로 형상화했다. 그만큼 자수는 여성의 섬세한 감각과 손으로 한 바늘, 한 바늘, 실을 꽂아 엮는 정성의 예술이며 열정에 대한 인내의 결과물이다. 이와 같은 시의 내용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심선신침(心線神針)’ 주제의 자수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80호 자수장(刺繡匠) 최유현 선생(80)은 5월 2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1전시실에서 한평생을 이어온 자수인생을 총결산하는 ‘心線神針 최유현 자수전’을 개최한다.

무료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최유현 자수장이 걸어온 70년 자수인생의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면서 불화자수의 대가 라는 말을 들을 만큼 빼어난 대형 불화자수작품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연화장 세계도.
이번 자수전에는 불화와 민화, 소품 등 총 90여점을 선보인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문자도와 책거리 조합으로 구성한 민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효제도팔곡병풍(1987년 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예천 용문사 소장 연화장세계도를 모본으로 8년 동안 수를 놓아 1988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자수만다라’,  보물 670호 김천 직지사 삼세불을 바탕으로 12년 동안 자수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삼세불도’,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자수 기법이 사용돼 섬세하면서도 화려하며 작가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십이지신장도’, 불보종찰 통도사 팔상도를 모본으로 해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작업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을 담은 ‘팔상도’ 등이 특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1936년생인 최유현 자수장은 15세 때 스승이신 권수산 선생 문하에 입문해 6년간 사사하면서 본격적인 자수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 후 부산에 있는 여중・고교에서 교직 생활과 자수를 병행하는 바쁜 일상 가운데에도 바늘을 놓지 않는 열정과 항심으로 국전에서 두번이나 입상하였다.

▲ 팔상도 중 설산수도상
1960년 초, 그동안 이루어 놓은 전통자수를 널리 나누고자 최유현자수연구소를 개설해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더불어 활발한 작품 활동의 일환으로 국내 전시를 20여 차례 열었다. 1970~1980년대에는 해외 활동이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전시를 5차례 개최하여 한국 자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최유현 자수장은 10~20대에는 규방 전통 문화에 바탕을 둔 수들을 놓았으며, 30대부터는우리 민화와 옛 유물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문양과 조형에 매료되어 그를 밑그림으로 높은 수준의 자수작품을 발표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불화 자수를 하게 되며 오늘날에는 비교불가한 '한국 불화 자수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6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보유자로 지정받았으며, 전국 공예공모전과 기능경기대회 등에서 약 40년간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 힘써 왔다. 팔순이 넘은 지금도 자수문화연구소 ‘중수원(中繡院)’에서 끝임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후학 양성에 생을 바치겠다는 염원으로 현재 부산대 복식문화연구소에서 석좌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 삼세불도 중 석가모니불도.
최유현 자수장은 “자수는 한 바늘 한 바늘 정성을 다해 놓은 선(線)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는 점에서 수행과도 같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빠름과 물질적 풍요로움만을 좇는 현대인들이 느림의 미학을 깨닫고, 일반 대중들이 한국 전통자수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식 5월 24일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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