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라면 봉사와 나눔은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입니다”
우리 종단에 국내 및 국제 구호를 열심히 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자비나눔 실천도량 사단법인 나누우리(이사장 도산스님)’이다.
‘나누우리’에는 봉사와 복지에 관심이 지대한 스님들을 포함 후원회원들이 많이 있지만 국내구호이사인 진송스님(대구 혜인정사 주지)의 봉사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은 다른 나누우리 이사 스님들도 인정할 정도다.
스님은 지난 4월 9일부터 13일까지 4박 6일 나누우리 봉사단 일원으로 캄보디아 시엠립 주 두 곳 초등학교에 가서 정수기 식수대 준공식과 교실 페인팅, 학용품과 옷, 안경 등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이어 23일에는 전주 실상사로 가 환우돕기 희망나눔의 산사음악회에 동참해 사회도 보고 만발대중공양 봉사도 했다.
5월 12일에는 전주교도소 여사(女舍)에 가서 재소자를 위한 특별법회와 보시를 했고 5월말에는 경로잔치도 계획하고 있다.
스님은 지난 4월 갔을 때도 직접 5백 켤레 어린이용 슬리퍼와 학용품을 사 갔다. 활짝 웃는 얼굴로 나누우리 봉사단을 맞는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더위와 강행군에 파김치가 되어도 힘이 더욱 솟아 하나라도 더 도울 것이 없나 찾는다고 토로한다.
진송스님이 이러하니 대구 혜인정사 신도들도 봉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안다. 스님이 하는 이타행에 적극 따라나선다. 신도들에게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님이 먼저 앞장을 서기 때문에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 게시판에 보시할 물품을 적어놓으면 십시일반 동참이 이뤄져 스님은 늘 부처님의 가피에 감사를 드린다. 지난 4월 23일 전주 실상사에서 열린 ‘환우돕기 희망나눔의 산사음악회’에도 대구 혜인정사 신도들이 즐겁게 동참했다.
진송스님은 출가 전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베풀기 좋아하는 불심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보시’를 자연스럽게 여기게 됐다.
출가 후 남들이 하는 일에 도움만 주고 봉사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마이산탑사 주지 진성스님의 도움으로 봉사와 복지를 체계적으로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봉사에 체계적으로 임하면서 진송스님에게는 ‘수행이 곧 봉사요, 봉사가 곧 수행’이란 말이 삶의 모토가 됐다.
스님은 봉사를 하면서 많은 감동적인 장면을 만나 그것이 자극이 되어 더 열심히 봉사를 하게 된다고 밝힌다.
“몇 년전 연탄 봉사를 위해 칠곡 산동네를 가는 도중 어느 할머니가 박스종이를 가지고 가다가 넘어진 것을 봤어요. 얼른 달려가 할머니를 부축해 앉히고 물을 드리니 할머니가 배가 고프다고 하시는 거예요. 사연을 들어보니 직업도 없는 아들 앞으로 조그마한 집이 있어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어 생계를 위해 종이를 주워 생활하고 있었어요. 너무도 마음이 아파, 그때부터 행정기관에서 선정한 곳만 찾지 않고 내 스스로 사각지대 복지 대상자를 찾고자 했지요. 한번은 비를 맞으며 연탄을 나눔 배달하는데 정말 ‘찢어지게’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을 봤어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빗물인지 눈물인지 한참을 울면서 봉사를 했던 기억도 나네요.”
늘 웃는 얼굴의 진송스님은 권위적인 스님상이 아닌 이웃집 언니나 누나, 엄마같은 마음으로, 어깨를 함께하는 도반으로서 신도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법회가 끝나면 같이 밥 비벼먹으며 신도들과 대화하고 수입 지출 등 사찰의 재정관리도 신도회에 맡겼다.
“스님께서는 맨날 우리에게 ‘고맙다’ ‘감사하다’고 하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우리가 뭐 할 것 없나 도와드릴 것 없나 더 찾게 되지요.” 신도회장 이혜숙 보살의 말이다.
비구니스님이 색소폰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본다면 참 이색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여자들이 색소폰배우기를 선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진송스님은 독학한지 7개월 만에 색소폰을 능숙하게 불며 각종 행사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저녁예불 후 혼자 연습을 맹렬하게 한 덕분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지금은 신도 두 명과 인근 지구대 및 소방대원들에게도 색소폰을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는 드럼을 마스터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진송스님은 역시 악기 선택에서도 ‘진취적인’ 비구니스님이다.
진송스님은 전주교도소 여사(女舍) 담당 교정교화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사에 나간지는 올해 3년째인데 전에는 한 두명이 나오던 법회가 스님이 맡으면서부터 20명 넘게 나오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늘 따뜻하게 안아주고 손 잡아주며 교감하기에 언니처럼 엄마처럼 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것을 미리 물어봐 다음 법회 때 피자도 가져가고 라면도 먹게 해준다. 스님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비유를 들어 이야기를 하며 “부모에게 잘 해라”“복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에는 재소자들과 교도관들의 등(燈)도 혜인정사에 밝힌다.
“부부가 같이, 자녀들과 함께 나눔이나 봉사를 하는 가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 사이가 좋아지고 행복해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요즘같이 각박하고 양극화가 심한 시대에는 나눔과 봉사가 더욱 필요하지요. 부처님의 제자라면 봉사와 나눔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돼요. 하겠다는 의지와 뜨거운 가슴만 있으면 다 된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됐어요.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가르침도 있듯 지금 여기에서 이웃을 위해 마음을 내 시작하면 됩니다. 우리 사회가 잘 살고 좋아졌다고 하나 그럼에도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이 아직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