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와 태고총림 선암사 주지 선출은 현 종단사태를 바라보는 종도들의 여론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간에 13대 중앙종회 주도 세력과 자칭 비상대책위원회는 모든 종도들이 도산 총무원장 체제의 퇴진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선거 결과 대부분의 종도들은 오히려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여 참패의 결과를 안겨주었다.

선거결과를 보면 중앙종회의장 혜공스님은 66표 가운데 2표, 종정예경실장 도각스님은 7표 가운데 단 1표를 얻는데 그쳤고, 비대위에 적극 가담한 스님들 또한 다수가 종도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선암사 주지 선거에서는 현 총무원 부원장 호명스님이 98대 14 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사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미 인터넷 댓글들에서 예측된 바였다. 종도들은 비대위의 홍보물이나 주장을 담은 불교계 인터넷 신문에 냉소적인 반응을 넘어서 종단내에서 척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지만 비대위는 그러한 글들이 종도의 여론이 아니라 총무원을 지지하는 소수의 종도들이 올린 것이라고 치부한 듯하다.

현대는 모든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정보사회이다. 전처럼 정보에 빠른 종단의 중심 인물만이 어떠한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건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면 결국 역풍을 맞고 만다는 점을 이번 선거결과는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결과가 총무원 측에 우호적인 스님들의 승리로 끝났다고 해도 결코 총무원장을 비롯한 소임자들이 전적으로 잘 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종단의 다툼이 내부에서는 잘 잘못이 있다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종권다툼으로 비쳐지고, 폭력의 선후는 있지만 양측의 폭력으로 인해 종단은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실추와 양분된 세력을 회복하고 봉합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종도들이 현 총무원을 지지했다는 것은 그러한 과제를 온전히 총무원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하겠다.

모든 일은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종단 다툼의 원인이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아야 해결책도 세울 수 있다.

이번 종단사태의 원인은 종헌•종법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격으로 운용한 아집과 무지에 있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그 예로 원로회의가 가지고 있는 종무조정권을 이용해 총무원장을 불신임하려 했고, 중앙종회의원 제명에 관한 조항을 절차와 형평성, 종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휘둘렀는가 하면, 중앙종회의 권한이 아닌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선출하는 등 열거하기조차 힘든 갖가지 비법이 난무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종정스님마저 권한 없는 총무원장 해임과 초법적인 지위를 정적상태에 있는 인곡스님에게 부여하는 종법 유린이 일어났다.

따라서 종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종헌•종법의 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어느 법학자의 말대로 법이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도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무엇을 근거로 행위를 정당화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다는 격언대로 종단의 화합을 위해 그간의 일을 일소에 부치기보다는 근본원인부터 차근차근 따져서 종법이 정한 절차대로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조처가 있어야 한다. 관용과 포용은 그러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의 일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