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33호(2015년 3월 13일자) 칼럼

▲ 호명산 승가사(감로사) 주지 지성스님

만연도방하(萬緣都放下)
상념자비음(常念慈悲音)
차시여래선(此是如來禪)
역여조사선(亦如祖師禪)

만 가지 인연들을 다 놓아 버리고
다만 관세음보살을 외운다.
이것이 여래선이고
또한 조사선이다.


법문을 하시는 스님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은 이 게송을 불자들에게 전해주셨을 것이다.
작금의 종단사태를 보고 나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마음이 너무 아파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 종단은 정말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인가?
며칠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자부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깊숙이 관여하고 대치중인 총무원 측과 비상대책위원회 양측 스님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머리와 무릎을 맞대고 종단 발전과 급박한 현안문제 등을 타개하기 위하여 참으로 많은 시간을 열정적으로 보냈다.
비록 지금은 서로 갈려 있지만, 양측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스님들은 부종수교(扶宗樹敎)의 투철한 애종심과 굳은 신심으로 정진해 오신 종단의 보석 같은 분들이다.
그중 한 분은 총무원장 자리를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한 분이다.
또 한 분은 멀리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대를 이어 종단에 출근하며 부족한 재정을 살피고 사재를 투입해 종조스님의 얼이 담긴 터를 구입하는데 일조한 분이다.
또 다른 한 분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종단규찰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얼마 되지 않는 업무 추진비마저 종단재정에 보탠 분이다.
또 다른 한 분 역시 동진 출가해 근면성실하게 전통과 의제(衣制)를 수호 보급하고 계신 분으로서 현 종정예하께서 그 스님을 평하기를 “OO는 어느것도 버리기 아까운 사람”이라고 극찬한 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한 분 역시 유명 고찰에서 동진 출가, 1980년대 초 종단에서 설립한 불교대학을 졸업했으며, 동국대에서 대학원을 수료하고 오랜 기간 총동문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종단의 비리를 척결하고 누적된 큰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해 새로 제정된 종법에 따라 선거인단과 중앙종회의원이 투표한 결과 상당한 지지를 얻어 당선된 합법적인 수장이다. 그분은 절을 팔아버린 적도 없고,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나쁜 일을 범한 일도 없다.
이번 종단의 불화요인은 호법원장 선출 때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인즉, 당시 보궐선거로 3명의 중앙종회의원이 당선되었음에도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종회의원 자격을 주지 않고 호법원장 선거를 진행했다. 집행부는 선관위 관련 절차를 밟지 않아 호법원장의 당선을 인정 못한다고 했다.
당시 호법원장으로 당선된 수열스님과 차점자와는 불과 3표 차이가 났는데, 보선의원만 인정하였으면 3표 차이 동수라도 연장자가 당선돼 선거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아 수열스님을 호법원장으로 인정하면 도산 총무원장과 수열스님은 숙질 간이어서 총무원장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할 염려가 있었다고 들었다.
이제 나는 제안한다. 양측이 서로 협의하고 양보해서 중앙종회 당시의 의원정수를 인정한 뒤 호법원장 선거를 다시 해 명실공이 종헌 · 종법에 어긋나지 않는 분을 선출, 조속히 종단안정을 꾀하길 바란다. 이 안은 현 집행부측에서도 한 번 제안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이 안만이 우리 종단의 현 위기를 타개하고 종단 정상화를 모색하는 최후의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종단에서 이십여 년 간 종무행정에 봉직했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난관이 있었지만 애종심으로 모두 다 극복해 왔다. 심지어 종단에서 설립한 금융기관에서 내가 비상근 무보수 임원으로 선임되어 일하다가 퇴출되었을 때 20퍼센트의 손해를 자진 배상한 일도 있다.
이번 종단청문회와 관련돼 문책이 염려되는 분은 솔직히 그 직에 있었음을 인정하고 그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시인한 뒤, 도의적으로 종단 부채의 일정 부분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성금을 납부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에서 쓰는 글이니 양측 스님들은 나의 충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
종단 갈등이 이대로 지속되면 우리 종단 전체가 심각한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 불조께 대역죄를 범하는 것이 된다.
위의 게송처럼 만 가지 인연과 집착을 다 놓아버리고 불조의 가르침인 자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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