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30호(2014년 11월 20일자) 사설

종단사태가 도무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을 접수하겠다며 쇠 망치와 사다리를 동원하여 공격할 태세이고 총무원은 어쩔수 없이 문을 걸어 잠갔다.
다행히 아직은 서로 간에 언성만 높일 뿐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그 와중에 어느 비구니의 돌발적 행태는 전체 불교를 망신시켰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했으니 사태의 전말을 전 종도 앞에서 따져볼 일이다. 과연 누가 전 종도들 앞에서 떳떳한가.
도산 총무원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청문회를 앞두고 종단 부채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책임을 면치 못할 사람들이 면죄부를 얻기 위한데 있다고 한다. 반면에 혜공스님 측은 자질 없는 총무원장이 종회를 무시하고 원로스님들께 언성을 높인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 3월 있었던 호법원장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해결의 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총무원장이 호법원장 선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해당 선거가 절차나 선출의 과정이 적법했는가를 따져보면 될 일이다. 사실 원로회의에 종무조정권을 요청한 일도 그 일에 국한 시켰어야 옳을 일이다. 원로회의 역시 그 일을 법 절차에 따라 재 선출하라든지 아니면 중앙종회의 선출을 인정하라든지 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옳다. 그럼에도 원로회의에 권한이 없는 총무원장 해임을 결의했으니 어느 총무원장이 해임을 받아들이겠는가.
총무원장이 자질이 없기 때문에 불신임했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도대체 자질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자질에 대한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지난해 7월 총무원장 선거를 통해 자질을 평가하여 압도적인 표차로 현 도산 총무원장을 당선시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자질이 문제라면 그런 총무원장을 선출한 선거인단은 어떻게 참회하여야 할 것인가. 대다수의 선거인단이 현 총무원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원만하고 인품이 높은 총무원장 보다는 종단 부채의 해결과 종단 개혁에 대한 기대가 먼저였지 않나 보여진다. 다시 말하자면 강직하고 추진력 있는 총무원장이라야 종단 부채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도산 총무원장의 주장대로 종단부채에 대한 직·간접적인 책임자들이 과연 이번 총무원장 불신임사태를 주도하고 있는가를 따져보자.
종단사법기관의 최종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징후는 명백하다고 하겠다. 청문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발생 당시에 종단의 주요소임자들이 그 일에 대해 방관 내지는 방조한 정황이 분명하다. 특히 혜공스님의 경우 당시 재경부원장으로서 부채발생의 원인과 진행과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터인데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이번 청문회에 출석하고 나서야 종단사법기관에 제소를 하였다. 지금 현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몇몇 중앙종회의원도 마찬가지로 부채발생 당시 주요 소임자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이 그러한 이상 이제는 일반 종도들이 나서야 한다. 종단의 위상과 화합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종단재산이 압류되고 신용불량 단체로 전락한 상황에 대한 조그마한 책임이라고 있다면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고 나서주어야 한다.
그리고 총무원장 역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사태 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일반 종도들이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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