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9호(2014년 10월 24일자) 칼럼

▲ 묵원스님 (경남교구 지방종회의장, 통영 보현사 주지)
“불법이 아무리 존귀하다 할지라도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면 가치가 없고,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승단이 없으면 존귀한 불법을 전할 수 없다.” <증일아함 제48>
‘승단(僧團)’이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 ‘상가(Samgha)’에서 유래하였다. ‘상가’를 음역한 말이 ‘승가(僧伽)’인데, 이 승가에서 승려라는 말이 나왔다. 오늘날 사용하는 ‘승(僧)’ 또는 ‘승려’ 라는 말은 사실 개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출가자 단체를 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의미가 다소 바뀐 ‘승’에 단체를 뜻하는 ‘단(團)’을 붙인 것이 ‘승단’이다.
<대지도론>에 보면 ‘어떤 것을 승가라 이름하는가? 많은 비구가 한 곳에 모여 살면서 화합하는 것을 승가라 이름 한다.’라고 하였다. 승단의 기원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후 녹야원에서 초전법륜 시 교진여 등 다섯 사람을 제도하시고 제자로 삼음으로 비롯됐다. <과거현재인과경> 제3에 보면 ‘이때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여섯 아라한이 있으니 불 아라한은 불보요, 오 아라한은 승보라 하여 삼보가 구족하다며 매우 기뻐하셨다.’고 한다.
9월 29일~ 10월 1일, 2박 3일 일정으로 경남교구 종회의원들이 제주교구종무원을 방문하면서 무엇보다도 많이 생각났던 단어가 ‘승단’이었다. 승단이 왜 존재하는지 다시한번 깨우치는 계기가 됐고, 승가가 마음을 모아 단합하면 무슨 일이든 원만성취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긴 ‘모범교구’ 순례였다. 이번 방문은 우리 태고종의 모범교구를 찾아 교구 운영에 대해 한 수 배우기 위함이다.
사실 이번 행사를 계획하면서 갈등이 많았었다. 지방임시종회에서 결의한 행사지만 과거에 없던 일을 하려니 종회의원스님들의 참가 저조로 인해 혹여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척 컸다. 그러나 정작 시행을 해보니 우려를 깨고 많은 의원스님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방문 첫날 제주교구 종무원사에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돈된 내부시설과 함께 제일 먼저 각 사암의 현황판이 눈에 띄었다. 현황판에서는 교구 내 사암들의 사격을 분리한 것과 분담금 납부현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제주교구 종무원장 탄해스님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환대 속에 진행된 제주교구종무원의 운영에 대한 브리핑에서 우리 경남교구 종회의원들은 제주교구의 체계적이고도 활동적인 운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공세를 펼쳐 브리핑 하는 직원을 당혹(?)케 하였다.
잘 정리된 교구의 2014년도 사업계획서는 제주교구 운영 전반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는데, 특히 우리들의 눈길을 끈 부분은 종무원 각국별 사업계획서다. 이는 소임을 맡은 국장들로 하여금 뚜렷한 업무분장을 통해 책임행정을 추진하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제주불교대학 운영에 대한 브리핑에서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 특히 불교대학의 모든 강의가 종도스님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이어졌고 신입생들의 입학성향 변화에 있어서는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종무원 운영 브리핑을 마치고 교구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 탐방에 나섰다. 제주태고복지재단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복지관을 방문하여 시설들을 살펴보았는데 도립시설이라고는 하나 관장스님의 뛰어난 감각 없이는 운영치 못할 대 불사가 이루어져 있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설견학 도중 아코디언 연습실에서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의 감미로운 아코디언 연주를 들을 수 있었고, 색소폰 연습실에서는 색소폰 연주도 감상하는 행운도 잡았었다.
제주태고복지재단에서 설립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인 미타요양원을 방문, 원장스님으로부터 운영설명과 함께 시설을 돌아보며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로했으며, 운영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드리고자 종회의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탐방시설은 제주태고복지재단에서 제일 먼저 설립한 치매노인요양시설 태고원이다. 원장보살님으로부터 운영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시설을 돌아보며 어르신들을 위로하였다. 시설견학을 마치고는 몇 군데의 제주교구 산하 사찰들을 방문하여 사찰운영과 포교방법 등도 청취하였다.
이번 방문에 동참한 경남교구 한 스님은 “이번 제주교구 견학은, 비록 내가 지방종회의원이지만 교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면서 “‘내’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 경남교구도 분명 제주교구 못지않은 일등교구로 발전할 것.”이라 하였다.
제주교구는 우리 종단의 20여 교구가운데서도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모범교구로 손꼽힌다. 원로자문 스님들의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종무원장스님을 중심으로 종무원 임직원들과 84개의 소속사암 주지스님들이 합심하여 사실상 제주불교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서두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승단은 부처님의 깨달음과 진리탐구, 그리고 진리의 체득을 목적으로 화합하는 무리들이 만든 집합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승단의 구성원들이 뜻을 함께 해야 만이 진리의 수레바퀴가 구를 수 있는 것이다.
제주교구의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이룬 오늘날의 결과를 돌아보면서 우리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득 안고 돌아온 2박3일의 일정이었다. 이번 제주교구 방문에 큰 도움을 주신 종무원장스님을 비롯한 제주교구종무원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묵원스님 (경남교구 지방종회의장, 통영 보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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