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8호(2014년 9월 26일자) 특강

▲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아미타불을 믿고 따르는 ‘아사모’ 염불행자들이야말로 행복의 주인공

아사모 - 아미타불을 사모하는 모임

미타신앙은 예로부터 인도나 중국에서도 매우 성하였으며, 대승경전 가운데 아미타불과 극락을 언급한 경전은 무려 200여 종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 불교신앙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부단히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말하자면 ‘아미타불을 사모하는 모임’인 ‘아사모’의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 존상(尊像)을 뵈면 외모에서부터 범부들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한 눈에 전체의 모습을 뵙는 것을 ‘총관상(總觀相)’이라 하고, 두상(頭上)부터 내려오며 차례로 뵙는 것을 ‘별관상(別觀相)’이라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살피면서 현저히 눈에 띄는 32가지의 특징적 모습을 삼십이상(三十二相)이라 하고, 은밀하여 잘 띄지는 않으나 역시 일반인과 크게 다른 점이 80가지나 있으시니 이를 팔십종호(八十種好)라 한다.
이를 합하여 ‘삼십이상 팔십종호’이라 하는데, 삼십이상과 팔십종호의 끝 자인 ‘상(相)’자와 ‘호(好)’자를 합쳐 ‘상호(相好)’라 부른다. 한편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이들 상호 가운데 유난히 끌리는 부분이 있으면 그 상호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관하는 것을 ‘잡관상(雜觀相)’이라 한다.
그리고 이렇듯 원만한 상호 한 가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백가지 착한 생각을 일으키고 실천에 옮김이 전제된다고 한다. ‘백사장엄(百思莊嚴)’ 혹은 ‘백복장엄(百福莊嚴)’이라 함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상호를 뵐 때는 존상의 외모뿐만이 아니라 인행시(因行時) 그분의 성스러운 행적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사바세계 중생의 필(feel)이 아미타불께 꽂히다
부처님 가운데 훌륭하지 않으신 분이 그 어느 분이시리요 마는 사바세계에서 아미타부처님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상에 하고많은 남자와 여자가 있어도 내님이 제일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대아미타경󰡕 서(序)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十方三世佛(시방삼세불) 시방삼세 한량없는 부처님이 계시온대
阿彌陀第一(아미타제일) 서방정토 아미타불 그가운데 으뜸이라
九品度衆生(구품도중생) 극락구품 건립하사 중생제도 하시오니
威德無窮極(위덕무궁극) 위의덕망 빼어나사 더할나위 없나이다.

시쳇말로 필이 꽂혔다 해도 이쯤 되면 중증이라 할만하다. 바다 건너 일본 속담에 ‘마마자국도 보조개(あばたもえくぼ)’라는 것이 있다. 한번 필이 꽂히면 언짢은 것도 좋게 보인다는 의미다. 세상에 어떤 사업이든 이쯤은 돼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생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미타신앙은 예로부터 인도나 중국에서도 매우 성하였으며, 대승경전 가운데 아미타불과 극락을 언급한 경전은 무려 200여 종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 불교신앙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부단히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말하자면 아미타불을 사모하는 모임인 ‘아사모’의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얼짱, 몸짱이신 아미타부처님!
아미타불을 위시해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계신 성현을 소례(所禮)로 올리는 예불이 「사성례(四聖禮)」다. 여기에는 아미타불의 외적 상호와 내적 심상(心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들어 보왕삼매(寶王三昧) 즉, 염불삼매에 들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그 가운데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이른바 잡관상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 내용이다.
모든 소리 들으시는 두 귀 갖추신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옵나이다(南無耳聞諸聲相阿彌陀佛).
왠지 존상을 뵐 때면 습관적으로 내 시선은 그분의 귀에 멈춘다. 그 순간 ‘아! 부처님 귀’ 하고 강한 느낌을 받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감로탱화(甘露幀畵)를 대하면, 중앙 하단에 자리한 왠지 거부감이 가는 한 쌍의 중생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우 험상궂어 보이는 비호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귀(餓鬼)다. 그런데 아귀의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을 든다면 역시 귀의 모습이다. 아래쪽으로 발달해 있는 부처님의 귀에 비해 아귀의 그것은 위쪽으로 발달해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 귀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부처님의 경우 중생들의 원(願)을 들어주시려 애를 쓰시다보니 자연히 아래쪽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으셨을 것이다. 즉 원의 방향에 따라 진화되었다는 말이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아귀의 경우는 물론 개, 돼지, 사슴, 염소 등 축생(畜生)들은 한결같이 위쪽으로 발달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안테나를 세움이 그 이유일 터이다. 부처님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역시 욕심의 방향에 따라 진화된 모습이다. 그리고 보니 다윈(Darwin, Charles Robert. 1809~1882)의 진화론이 부처님이나 아귀의 모습에까지 적용되고 있었다. 아마 다윈 자신도 진화론이 여기까지 적용되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지 싶다. 그리고 온몸이 진리의 빛으로 가득하시니 이에 더한 몸짱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염부단 금빛의 몸을 갖추신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옵나이다(南無身色眞金相阿彌陀佛).
 

나보다도 나를 사랑해 주시는 아미타부처님!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에서 오는 피로감을 다소 덜기 위해 김지평 작사 김학송 작곡인 ‘당신의 마음’이라는 가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 그림을 그립니다. / 당신을 그립니다. /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 턱 밑에 점하나 /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마는 / 아-- 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 지금도 알 수 없는 / 당신의 마음.
이 노래가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문은 ‘아-- 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 지금도 알 수 없는 / 당신의 마음’이라는 마지막 대목이다.
사랑이 때로는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것은, 위 노랫말에서처럼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상대가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에 이쪽의 마음은 더 안타깝고, 그래서 그 사랑은 깊이를 더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미타불께서는 ‘사성례’ 소수 <별관상>의 후반부에서 보듯 순진하시게도 당신의 마음을 속속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계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후반부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수․보현․관음․세지․금강장․제장애․미륵․지장 및 청정하신 모든 보살님들을 염송하는 것으로만 되어 있다.
요컨대 이분들은 당신들께서 세우신 원력의 방향에서 중생을 보살펴주시는 어른들이시며, 이 분들께서 지니시는 마음의 종합편이 다름 아닌 아미타불의 마음이시라는 말이다. 등식으로 나타내면,
아미타불‘心’ = (문수+보현+관세음+대세지+금강장+제장애+미륵+지장+일체청정대해중보살)ב心’
결정적으로 한 마디 보태자면, 아미타불은 이런 어른이시니 ‘아사모’ 염불행자님들이야말로 행복의 주인공이시라는 말씀이다. 이제 남은 일은 아미타불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염불로 성불하신 광덕(光德) 스님의 일념!
그래도 미심쩍은 대목이 있다면, 그 옛날 신라 문무왕(661-681) 때 광덕스님께서 남기신 ‘원왕생가’를 되뇌며, 염불행자의 마음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원왕생가(願往生歌)
광덕(光德)
달님이시여, 이제 / 西方까지 가십니까? / 무량수 부처님 전에 / 말씀 이르시다가 사뢰어 주소서. / 다짐 깊으신 부처님께 우러러 / 두 손 모두옵고 사뢰되 / 원왕생 원왕생 / 그리는 사람 있다고 사뢰어 주소서. / 아아 이 몸 남겨두고 / 사십팔대원이 이뤄질까(月下伊底亦 / 西方念丁去賜里遣 / 無量壽佛前乃 / 惱叱古音多可支白遣賜立 / 誓音深史隱尊衣希仰支 / 兩手集刀花乎白良 / 願往生 願往生 / 慕人有如白遣賜立 / 阿邪 此身遺也置遣 / 四十八大願成遣賜去). <삼국유사> 권5

다행히 당시 스님께서 바라보셨던 그 달님은 1300년이 지난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이고 지금도 서방 무량수부처님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석존께서 나후라 존자에게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다만 하지 않았을 뿐, 가능치 않은 것은 아니니라(但不爲也 非不能也)!’ 분명, 이 말씀도 아직 유효하지 싶다.

아사모의 주제가
이 글을 계기로 <별관상(別觀相)>의 애칭을 ‘아사모가(歌)’로 하려하거니와 아사모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 있으시길 부탁드리는 바이다.
<별관상(別觀相)=아사모가(歌)>
정상의 모습은 뵈올 수조차 없는 아미타부처님! 정상에 살상투 육계를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감유리빛 빛나는 머리칼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두 눈썹 사이에 백호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실버들 드리운 듯 두 눈썹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맑고 고운 두 눈을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모든 소리 들으시는 두 귀를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높고 원만하며 곧으신 코를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막힘없이 설법하시는 입을 갖추신 아미타부처님! 염부단 금빛의 몸을 갖추신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옵니다.
지혜의 모범이신 문수보살님! 대행의 모범이신 보현보살님! 자비의 모범이신 관세음보살님! 희사의 모범이신 대세지보살님! 분노의 형상으로 악마를 조복하시는 금강장보살님! 중생의 모든 장애 없애주시는 제장애보살님! 미래의 등불이신 용화교주 미륵보살님! 중생제도 여념 없어 성불도 마다하신 대비대원 지장보살님! 이와 같이 청정하신 모든 보살님께 귀의하옵니다.
원하옵건대 법계중생 모두 함께 아미타부처님의 대원력 바다에 들게 하옵소서.(南無無見頂上相阿彌陀佛 南無頂上肉髻相阿彌陀佛 南無髮紺琉璃相阿彌陀佛 南無眉間白毫相阿彌陀佛 南無眉細垂楊相阿彌陀佛 南無眼目淸淨相阿彌陀佛 南無耳聞諸聲相阿彌陀佛 南無鼻高圓直相阿彌陀佛 南無舌大法螺相阿彌陀佛 南無身色眞金相阿彌陀佛 南無文殊菩薩 南無普賢菩薩 南無觀世音菩薩 南無大勢至菩薩 南無金剛藏菩薩 南無除障碍菩薩 南無彌勒菩薩 南無地藏菩薩 南無一切淸淨大海衆菩薩摩訶薩 願共法界諸衆生 同入彌陀大願海)

‘아아, 이 몸 남겨두고 사십팔대원(四十八大願)이 이뤄질까?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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