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총무원사가 코앞에 있는
서울 한복판인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는 것은
제2의 ‘건국전쟁’이자
8번째 유령 유시
‘건국전쟁’ 속편에선
한국불교를 조각낸
이승만의 과오를 꼭 밝혀주길

 

관람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이승만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진짜 ‘건국전쟁’이 되고 말았다. 지난 2월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 기념관>을 서울 한복판인 ‘송현광장’에 짓겠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부터다. 사실 이승만의 <건국전쟁>에 불교 이야기는 한 장면도 안 나온다. 그런데도 이승만의 <건국전쟁>이 진짜 ‘건국전쟁’이 된 것은 뭣 때문일까. 그러잖아도 화쟁(和諍)과 원융회통(圓融會通)이라는 화합사상으로 꾹꾹 눌러 참고 사는 불교인들의 자존감을 뿌리부터 흔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적통장자종단인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사가 바로 코앞인 ‘송현광장’에 들어설계획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사도 ‘송현광장’에서 불과 200여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오세훈 시장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5월 ‘송현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석하면서 “‘송현광장’에는 <이건희 기증관> 외의 다른 시설물은 일체 짓지 않고 오직 서울 시민만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남겨 두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오 시장은 또 “도심 한가운데 비어 있는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컬렉션 외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승만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크게 흥행하자 그 ‘빽’을 믿어서인지 하루아침에 그 <전쟁>을 진짜 ‘전쟁’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승만의 <건국전쟁>은 대략 10개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이승만의 독립운동은 잘못된 독립운동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이승만은 당시 미국 교민사회의 분열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이승만은 왕손이라는 의식을 갖고 오만방자했다는 것, 독립운동 지원금 등 자금을 유용했다는 것, 해방 후 친일 청산 운동을 방해했다는 것, 남북분단을 일부러 조장했다는 것, 보도연맹, 국민방위군 사건, 제주 4·3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으로 100만 여명의 양민을 학살한 최고 책임자였다는 것, 1958년 진보당 사건을 날조해 무고한 조봉암을 사형시키는 등 정적암살과 사법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3·15 부정선거 등으로 독재와 종신집권을 기도했다는 것, 이승만 정권은 대단히 무능하고 부패한 비리정부였다는 것 등이다.

영화를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이를 두고 “이승만을 좋아한다 싫어한다 차원이 아니라 이승만이 도대체 70년 전에 대한민국의 건립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것을 좀 국민들이 올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놀랍다. 한국불교를 정화하겠다는 양두(羊頭)를 쓰고 한국불교를 그토록 처절하게 조각낸 이승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신학박사에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독교 장로가 아니었던가. 불교에 대한 이승만의 구육(狗肉)이 더욱 궁금한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빼먹고 영화를 제작한 김덕영 감독의 의도가 궁금한 것도 그 때문이다.

<건국전쟁>으로 대박을 낸 김 감독은 그에 고무된 듯 <건국전쟁> 속편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에게 당부하고 싶다. 속편에서는 제발 불교에 대한 이승만의 무참한 과오를 있는 그대로 밝혀 달라고. 또한 “편견의 시대는 마감됐다”면서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오세훈 시장에게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불교는 물론 건강한 서울 시민을 더욱 존중하고 더 큰 뜻을 펼치려면 독단과 억지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고, 폭넓은 의견 청취와 당당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다 <넓은 문>으로 보다 당당하게 들어가라고.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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