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54~57조

공양청 올린 재가자 공덕도 막아선 안 돼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54조 수청불만족식계(受請不滿足食戒)는 비구니가 재가자의 공양청을 받아 그 집에서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고 다른 재가자의 집에 가서 음식을 다시 먹으면 안 된다는 계율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먼저] 초청을 받아서 만족할 때까지 음식을 받은 후에 [거듭] 단단한 음식을 먹거나, 혹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 바일제이다.”

재가자가 비구나 비구니를 집으로 초청하여 공양을 대접할 때는 당연히 그 비구나 비구니가 음식을 충분히 먹기를 바란다. 굳이 출가사문이 아니더라도 친구나 친척을 초대하여 식사 대접을 할 때도 정성껏 차려놓은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많이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같다. 그런데 초대를 받은 비구(니)가 다음 집에서 공양할 것을 생각하여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는다면 재가자는 자신들이 만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행위는 공양청을 올린 재가자가 복 짓는 것을 막는 일이며 결국 불만을 사게 된다. 그래서 본 계율이 제정된 것이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55조는 호석단월가계(護惜檀越家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단월(檀越)] 가(家)를 간린(慳悋)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비구니가 재가자 혹은 신도를 혼자 독차지하고자 다른 비구니에게 가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간린(慳悋)’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니꼬울 만큼 몹시 인색하다.’ 혹은 ‘몹시 안달하여 그 정도가 심함’을 일컫는 말이니 예를 들면 보시를 잘하는 신도를 나만의 신도로 만들고자 하여 일체 다른 비구, 비구니와는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간탐(慳貪)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56조는 비구니의 안거와 관련된 내용으로 무비구주처안거계(無比丘住處安居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무비구주처(無比丘住處)에서 안거(安居)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비구니는 하안거를 행할 때 반드시 비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이모이자 양모인 마하빠자빠띠 고따미가 비구니로서 출가할 때 지키기로 한 팔경법(八敬法) 중 하나인 ‘비구니는 비구가 없는 주처(住處)에서 우안거(雨安居)를 해서는 안 된다. 이 법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존경하고, 존중하고, 숭배하고, 공경하여 목숨이 다하도록 절대 범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과 동일이다.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보다 훨씬 늦게 성립되었다. 따라서 비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행의 경험이 부족했던 비구니들은 우기 3개월간의 집중 수행기간 동안 비구들의 수행 지도를 받아야 하기에 비구가 있는 곳에서 우안거를 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57조 이부승중불청자자계(二部僧衆不請自恣戒)는 비구니의 자자(自恣)와 관련된 내용으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안거가 행하여진 후에 양(兩) 승가에서 견(見), 문(聞), 의(疑)의 삼사(三事)에 의해 자자하게 하지 않으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안거 마지막 날에 비구는 비구 승가에서만 자자를 행하면 되지만 비구니는 안거 기간 중 보고[見], 듣고[聞], 의심나는 것[疑]에 대해 비구 승가와 비구니 승가[二部衆]에서 자자를 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 역시 팔경법 중 하나에 해당되며 그 의미는 전조인 제56조와 같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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