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월간불교 논설위원)
최승천(월간불교 논설위원)

3월 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春分)이다. 음과 양의 기운이 서로 반씩이어서 춥고 더운 정도 또한 같다는 날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은 지나침과 모자람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중용의 뜻이 있다.

▷봄과 가을은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해서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은 계절이다. 공자는 자신이 서술한 노나라 역사서의 제목을 《춘추(春秋)》라고 지었다. 균형 잡혀 있음을 제목에 담은 것이다. ‘춘추필법’이라는 말도 여기서 생겨났다. 《춘추》와 같이 엄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대의명분을 밝혀 세우는 역사 서술의 논법으로,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균형 잡힌 사관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춘분을 농경일로 삼아 초벌 논밭갈이를 하며 본격적인 1년 농사를 시작했다. 요즘은 춘분을 전후로 나무 심는 행사가 전국에서 벌어진다. 서울 영등포구는 이달 13일 구민과 함께하는 ‘릴레이 나무 심기’ 행사를 열었다. 경남 합천군은 오는 23일 황매산군립공원 일원에서 제79회 식목일 기념 황매산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한다. 정부지정 기념일인 식목일은 4월 5일인데 행사는 정작 10~20여 일 당겨서 진행된다. 지구 온난화로 나무 새순이 돋는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처음 식목일이 지정된 1946년과 비교하면 지금의 기온은 3도 이상 올라갔다. 식목일을 최소 1주일 이상은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20여 년 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3년 전 산림청이 실시한 ‘나무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키 위해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현행 4월 5일 식목일은 청명(淸明)과 시기가 비슷하다. 이보다 한 절기 앞인 춘분이 나무 심기에 더 적당한 절기다. 입춘을 봄의 시작으로 보지만 천문학자들은 밤보다 낮이 길어지는 춘분을 지나야 비로소 봄이 됐다고 여긴다. 조상들이 춘분에 1년 농사를 시작했듯이 이날을 산하에 생명이 넘쳐나는 출발점으로 하자는 취지와도 부합한다.

▷진정한 봄의 시작인 춘분이 들어 있는 음력 2월은 부처님 출가절(음2.8)과 열반절(음2.15)이 있는 달이다. 올해는 3월 17~24일로 많은 사찰과 단체에서 8일간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불교의 4대 명절 중 두 명절이 들어 있는 특별 정진 주간에 불자들이 절을 찾는 것은 필수다. 새 봄을 맞는 초발심의 자세로 참회와 정진을 통해 자신의 신심을 되새겨보는 기회로 삼을 일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