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학술세미나 발표 자료에 논문 보완 단행본으로

“두 종교 간 현대적 대화 촉발 계기 마련, 큰 의의”

 

유교와 불교와의 대화

김도일·유용빈 엮음

장경각

30,000원

 

 

 

 

 

동아시아 사상의 주요 두 축은 유교와 불교다. 오랜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동아시아의 독특한 사상체계 형성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유교와 불교 간의 역사적 대화에 대한 학문적 탐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학계의 현실이다.

이 책은 ‘격의(格義)’와 ‘융합(融合)’을 화두로 삼아 거시적 관점에서 유교와 불교의 교류 양상을 조망하고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을 번역할 때 많은 번역사들은 도가 개념을 차용했다. 이 과정에서 ‘격의’의 방식이 도입됐다. 격의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서 사상이나 종교가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보여준다. 융합은 격의라는 현지화와 재해석을 넘어서는 과정으로, 서로 다른 개념이나 사상이 섞여 새로운 결합물을 만드는 ‘멜팅팟(melting pot)과 같다.

지난 2021년 11월 26일 성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 스님)과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소장 김도일 교수)는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의 소통과 조화’라는 주제로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동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때 세미나를 통해 발표된 논문들은 특정 인물이나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송・명 유학에 집중되어 있어 유교와 불교의 대화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유교와 불교의 대화’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학과 불교의 대화」를 총론으로 추가하고, 변희욱의 「송대의 간화와 격물」을 통해 송대 유교와 불교의 대화를 보강했다. 또한, 진영혁의 「중국 전근대 유불 관계: 만명 불교의 양지심학론」과 유용빈의 「지욱 《논어점정》의 이불해유에 대한 고찰」을 추가해 명말청초의 대화 양상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이렇게 모아진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이 책은 대화와 소통의 관점에서 불교와 유교의 관계를 바라보는 연구의 서막에 해당한다. 학술기관이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여러 명의 학자들이 동일한 주제로 연구성과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3월 6일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 스님,  이사장 원택 스님,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김도일 소장, 유용빈 연구원.
3월 6일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 스님, 이사장 원택 스님,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김도일 소장, 유용빈 연구원.

 

3월 6일 열린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도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장은 “유교와 불교는 동북아 철학사에서 오랜 갈등과 대립의 관계였지만 그 과정을 통해 두 사상은 더욱 발전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변모를 보여주었다”면서 “불교와 유교의 현대적 대화를 촉발하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 이 책 발간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빈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유교와 불교의 대화 양상을 동아시아의 사상사적 맥락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한 연구는 우리 학계에서 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의의를 지닌다”면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유교와 불교 간의 상호 작용과 그 영향력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 책은 ‘불교와 유교의 대화시리즈 1’로 이름붙였다. 두 기관은 이후에도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두 사상 간의 대화 시리즈를 계속 펴낼 계획이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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