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빛, 청자(전 2권)
정찬주 글
불광출판사
각 권 18,000원

《깨달음의 빛, 청자》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천착해 온 정찬주 소설가가, 강진 청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최초의 본격소설이다.

신라 시대 동아시아 해상무역권을 장악한 장보고에 의해 당나라의 청자 기술이 강진으로 전해졌고, 고려의 이름 없는 도공들에 의해 상감기법을 가미한 천하제일 비색청자는 송나라에도 명성을 떨친 ‘K-컬처(Culture)’의 출발점이자, 명품이었다.

이 책은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강진 비색청자의 흥망성쇠를 그렸으며, 정찬주 작가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신, 자연, 세계관이 담긴 청자가 우리의 역사와 전통 안에 살아 있음을 일깨워 주며 노련한 도공의 손놀림처럼 부드럽고도 확고한 문체로 써 내려간 소설로, 한류의 시초를 다루었다.

《깨달음의 빛, 청자》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었으며, 1권은 통일신라 시대, 바다의 왕 장보고가 당나라의 청자 기술을 우여곡절 끝에 신라 탐진(강진의 옛 지명)으로 들여오는 스토리이다. 장보고에 관해 익히 알려진 이야기 대신 숨겨져 있던 청자와의 인연을 들려주며, 새로운 관점에서 위인의 삶을 따라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정겨운 향토 방언을 구사하는 남도 사람 장보고 장군을 만나 볼 수 있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또 다른 재미이다.

《깨달음의 빛, 청자》 2권은 청자가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러 명의 도공이 등장하는데 누구 한 사람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없지만, 저마다의 방식과 신념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개성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신라 말, 장보고 피살 후 청해진이 폐쇄되며, 판로가 막힌 강진 청자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될 지경에 이르지만, 고려 예종 대부터 생산이 활발해져서, 인종 대와 최씨 무신정권 시기를 거치며 황금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고려청자가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위정자가 아니라 청자를 만든 수많은 고려 도공의 장인정신 덕이었다. 그들에게 청자는 생계 수단인 동시에 자긍심의 원천이었다.

소설가 정찬주는 한류의 시초가 무엇일까, 그 시작을 탐구하며,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이 땅에 살던 이름 모를 도공들이 빚어낸 천하제일의 명품 ‘고려청자’에서 뿌리를 찾았다. 우리 민족의 심성과 자연을 담은 강진 청자의 아름다움이 다시금 널리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 한류의 원조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청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이 책 《깨달음의 빛, 청자》에 가득 담아내며, 수준 높은 ‘K-컬처(Culture)’를 탐구한 명품 소설을 빚어내었다.

-신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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