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작가.
이석준 작가.

 

바야흐로 눈으로 뒤덮이던 산하대지는 예전보다 빠르게 초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동장군의 맹위를 떨치지는 못하지만 소시민의 입장에서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따뜻함과 함께 다가오는 봄의 전령사들을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지금 반도의 가장 남녘땅인 제주도 산방산은 그야말로 노랑 물감으로 온통 터치한 캔버스처럼 유채꽃이 금색물결을 이루고 있고, 불보종찰 통도사에는 강렬한 선홍빛 홍매화가 참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경주 보문단지의 목련은 순백의 자태가 너무도 황홀하여 지나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춰 세우고 있다.

물론 한두 달이 지나면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나무와 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우리들에게 기쁨을 줄 것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피고 지는 수도 셀 수 없고 이름도 모르는 뭇 생명체들을 품어주는 대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과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모든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관세음보살님을 떠올리게 된다.

지구가 우주의 빅뱅으로 탄생한 이후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전쟁과 자연환경 파괴로 이 지구촌은 그동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제야 지구 온난화를 막아 보겠다고 몸부림들을 치고 있지만 이미 과거에 행한 오염과 파괴의 업보는 부메랑이 되어 후손들에게 암울한 미래를 유산으로 물려줄 예정이다.

온갖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 복원의 힘을 가진 대지와 모든 오염물을 정화해 주는 중화의 힘을 가진 바다는 탐욕으로 가득한 우리 인간들이 더 이상 지금과 같이 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이 지구촌은 기후 이상과 자연재해로 신음하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들은 국가의 존립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대자연을 품고 있는 대지는 지금 우리들에게 흙과 같이 살라고 자못 심각하게 알려주고 있음에도 어리석은 중생들은 삼독심(三毒心)에 사로잡혀 한 치 앞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험난한 현실에서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고 차별 없이 뭇 존재들을 포용하며 그 생명의 터전을 제공해 주는 흙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사무치게 알려주고 계심을, 우리는 관세음보살님의 동체대비(同體大悲) 건널목을 건너며 깨우쳐야 할 것이다. 소설가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