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 서로가 거짓말을 한다며 국민은 아랑곳 않고 뻔뻔하게 공격하는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태연히 하는 걸 보면 그 이중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거짓을 진실인 양 위장해 사람을 속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패가망신의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한 교훈을 담은 일화를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선사에게 찾아볼 수 있다.

설봉의존 선사는 침체일로를 걷던 중국 선종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선사는 자신을 꾸미거나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일이 없었다. 누구를 만나든 깨달음을 향한 자신의 번민을 고백했을 뿐이다.

이런 그를 동산 화상은 덕산선감 선사에게 보낸다. 하지만 설봉 선사는 오도의 기연을 암두전할 선사와 맺게 된다. 마침 폭설이 내려 여인숙에서 한 밤을 같이 보내게 된 설봉과 암두는 법거량을 펼친다. 마음이 편치 않다는 설봉선사의 말에 암두화상이 말했다.

“문을 따라 들어가는 것은 보배가 될 수 없다. 대교를 전파하려거든 낱낱이 자기의 흉금을 따라 유출하여 천지를 덮어야 한다.”

이 말에 설봉선사는 번뇌의 무거운 짐을 벗었다고 전해진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말이나 행동을 가식으로 꾸미는 사람들은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려 한다. 거짓말은 온갖 패물과 화려한 화장 등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중시하기 보다 패물과 화장 등으로 자신의 약점과 치부를 가리려 하는 심리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차림새는 그 사람의 인격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악세사리로 치장된 사람은 거짓말은 물론 꾸밈과 가식으로 대화를 하기 일상이지만 단출하나 깨끗한 차림의 사람들은 말에도 진정성을 느끼게 해준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선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행동도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행위는 자연스럽지 못하므로 누가 봐도 금방 눈에 거슬린다.

자신의 특성, 장점과 약점, 타인과의 관계, 취미와 습성 등 스스로를 점검해 이를 거스르고 속이는 일은 해선 안 된다. 타인과의 소통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나’가 나를 키워주는 자양분이다. 불교의 옛선사들은 이런 가르침 속에서 부처를 구했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한 번 쯤 성찰해 볼 대목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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