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시집 ‘님의 침묵’ 재조명…수경 스님 특별기고

‘불교평론’ 봄호

'불교평론' 봄호(97호) 앞표지.
'불교평론' 봄호(97호) 앞표지.

 

계간 〈불교평론〉 2024년 봄호는 특집으로 ‘불교와 서양철학의 만남’을 기획했다. 불교적 세계관과 사상을 근현대 서양 철학자들의 통찰과 비교해, 서로 어떤 유사성과 연관성을 띠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화엄과 데리다의 해체철학을 비교한 미 아메리칸대의 박진영 교수, 대승기신론과 플로티노스 사상의 상통성을 고찰한 이찬훈 교수, 원효의 화쟁논법과 들뢰즈의 열린 변증법의 친연성을 명쾌하게 설명한 김태수 교수 등, 모두 다섯 분 철학자의 기고로 존재와 인생에 관한 통찰에는 동서가 따로 없으며, 오늘을 사는 인류에게 불교의 가르침은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 일깨우고 있다.

또 이번 호에서는 불교 환경운동에 앞장서 온 삼보일배의 상징 수경 스님의 ‘특별기고-욕망을 줄여야 합니다’를 실었다. 욕망의 충족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비로운 삶으로 복덕구족을 지향할 것을 촉구하는 간곡한 말씀으로 큰 울림을 자아낸다.

2025년 내년이면 한국 근대사의 기념비적인 시집 《님의 침묵》이 집필된 지 100년을 맞는다. 〈불교평론〉은 한용운의 이 시집을 당대의 시대상과 역사성, 그리고 불교사상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특별기획 ‘백 년의 시집 《님의 침묵》을 다시 읽는다’를 만해 문학의 권위자인 이선이 교수의 집필로 마련했다. 앞으로 4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필자는 그간의 통념적인 해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을 제시해, 100년이 지난 ‘님’이 오늘에 생성하는 ‘지금-여기’의 사유를 모색한다.

논단에서는 돈황 석굴에서 발견된 변문(變文)이 중국문학의 대중화에 끼친 영향과, 경전 보급으로 불교 대중화에 기여한 사실을 소개하는 장춘석 교수의 논고 ‘돈황 변문의 문학성과 대중성’을 게재해, 현대 포교에서도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의 변화를 꾀하는 데 변문이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주목할 논단은 고려대의 이상민 교수가 기고한 ‘전역(傳譯)시대를 이끈 서역의 역경승들’로, 인도에서 발흥한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역경가들의 활동상을 불교사의 변천에 연계하여 다룬 탁월한 논문이다. ‘사색과 성찰’에서는 초중고에서 몸담은 불자 교사 열 분이 신행 생활과 교육 현장의 아쉬움에 대한 단상을 진솔하게 피력하고 있다.

불교문학의 저변 확대와 수준 향상을 꾀하는 ‘불교소설’로, 붓다와 같은 날 태어난 마부 찬다카를 주인공으로 한 윤호우 소설가의 ‘왕의 아들, 마부의 아들’을 선보인다. 모든 불행의 원인을 운명 탓으로 돌리며 시기와 질투로 불만에 찬 생애를 살았던 찬다카는 그에 대한 붓다의 경고가 경전에도 등장할 만큼, 비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이 소설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해 상수 제자로 우뚝 서겠다고 결심했던 오만한 찬다카가, 어떻게 해서 사바세계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 수행자의 참모습임을 깨달아 진여의 세계로 들게 되었는지를 감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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