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작가.
이석준 작가.

 

2024년 1월 31일 새벽 3시,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사우디와의 16강전이 전후반 90분을 마치고 추가시간이 1분이 남은 시간이었다. 그때까지 한국은 후반 1분에 터진 사우디 공격수 압둘라 라디프의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해 패색이 짙은 그야말로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한국은 16강전에서 탈락함과 동시에 1940년 이후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기회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36년 동안 이 대회에서 사우디를 이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벼랑 끝에 서게 된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경기가 열리고 있는 스타디움은 이곳을 가득 메운 3만 오천의 사우디 관중들이 초록색 응원복을 입고 있어서 축구장은 온통 초록의 물결과 승리를 바라는 함성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태극기를 펄럭이는 붉은 악마들의 응원 열기는 이에 뒤지지 않게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후반 내내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문을 열지 못하고 1분 후면 패배가 눈앞으로 다가왔던 후반 추가시간 10분 가운데 1분을 남기고 승리의 기쁨에 들뜬 사우디 관중들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후반에 교체 선수로 투입된 조규성 선수의 천금 같은 동점 헤딩골이 터진 것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한국 대표팀은 연장 전후반을 통해 3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골키퍼인 아흐메드 알리 알 카사르의 선방에 막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때 또 한 명의 투혼의 코리아 전사가 등장했다. 바로 한국팀 수문장인 조현우 선수였다.

결국 세 번째와 네 번째 상대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고 우리 선수들은 모두 슈팅을 성공시켜 16강전 120분의 혈투는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 후 사우디 선수들의 눈에서 흐르는 비통한 눈물은 최후 1분을 포기했더라면 바로 우리 선수들과 국민들이 흘릴 눈물이었던 것이다.

이 경기를 새벽에 마음 졸이고 손에 땀을 쥐며 관전했던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던 대표선수들을 보며 이런 감동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3차례의 거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25년에 걸친 몽골과의 전쟁에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고려인들의 투혼 정신이 바로 지금 이 경기의 승리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는 역사의 건널목을 통하여 투혼의 코리아를 가슴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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