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일 설날은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민속 명절이다.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며, 1월은 사계절 12달을 시작하는 첫 달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한 해의 시작인 설날에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며 떡국을 먹었다. 떡국에 들어가는 가래떡의 하얀색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시작하려는 뜻이며, 긴 모양은 무병장수를, 동전 모양으로 썰어낸 떡은 재복(財福)을 기원한다.

지방마다 떡국 모양이나 조리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개성 지방은 눈사람 모양으로 빚은 조랭이떡국, 북부 지방은 만두가 듬뿍 들어간 떡국, 남부 지방은 하얀색 떡이 가득한 떡국을 즐겨 먹는다.

설날 먹는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부르는데, 나이를 더 먹는다는 의미이다. 실학자 이덕무(李德懋)는 《세시잡영(歲時雜詠)》에서 “밉기도 하여라 흰 떡국, 작은 동전처럼 동글동글하네. 사람마다 나이를 더하게 하니, 측은하고 슬퍼서 먹고 싶지 않네.”라고 읊었으며, 조선 후기 대강백 연담 유일(蓮潭 有一) 스님은 《연담대사임하록(蓮潭大師林下錄)》에 ‘떡국 한 그릇에 부질없이 나이만 더해 가고 매화는 얼굴을 내밀려고 하는구나(湯餠徒添齒 梅花欲動顔)’라는 시문을 남겼는데, 이를 통해 옛사람들은 ‘떡국을 몇 그릇 먹었는가?’로 들어가는 나이를 생각했다.

설날은 일 년 동안 우리의 삶이 출발하는 출발점으로,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으며 세배를 올리며 새해 덕담을 나눈다. 절집에서는 큰 스님들께 세배 즉 ‘통알’을 올리며 삼보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세상 모든 중생에게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또한 설날에는 조상님께 차례(茶禮)를 지내는데, 차례는 원래 부처님께 차 공양을 올리는 ‘다례(茶禮)’에서 유래되었다.

대승불교를 찬탄하는 내용의 게송을 모아 편찬한 중국 북송(北宋) 태종(太宗, 976-997)의 《어제연식(御製緣識)》에는 “설날의 형통한 경사는 이날로부터 생기니, 만물이 모두 새롭고, 이롭고, 정숙하고, 길하여 옛것을 보내고 봄을 맞이함에 하룻밤 사이에 찾아왔네(元正享慶從此日 萬物咸新利貞吉 送奮迎春一夜來).”라는 내용이 있다.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 첫 달이며 첫날인 설날! 푸른 청룡의 기운으로, 좋은 일 가득하기를 발원하며, 만물이 모두 새롭고 이롭고 맑고 청정하며, 길한 모든 것이 나만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 사바세계에 두루 찾아오길 발원해 본다.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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