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활 박사 티베트불교 역사서 ‘바세’ 완역

1997년 ‘티베트불교와 신라 김 화상’ 논문에서 책명 처음 접해

필사본 담긴 책 구해 사찰서 티베트불교 체험하며 번역 작업

2019년 월간〈고경〉에 초벌 역주 연재…2차 수정 보완 후 발간

바세 연구
조병활 지음
어의운하
18,000원

 

《바세》는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말에 이르는, 티베트 제37대 짼뽀 치데쭉땐과 제38대 짼뽀 치송데짼 부자 통치 시기의 불교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8세기 중·후반 당시 티베트에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과 삼예사 건립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부똔불교사》, 《붉은 역사》 등 후대의 많은 티베트 역사서가 인용할 정도로 유명하다.

기자간담회 중인 조병활 박사.
기자간담회 중인 조병활 박사.

이 책을 역주해 국내에 소개한 이는 성철사상연구원장을 지낸 조병활 박사. 1월 30일 서울 종로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박사는 “일본학자가 발표한 「티베트불교와 신라 김 화상」이라는 논문을 1977년경 보고 이 책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면서 “신라인 김 화상, 즉 김무상(金無相, 684-762) 스님이 티베트불교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기록이 그 책에 있다는 점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무상 스님의 법맥은 《대장신찬만속장경大藏新撰卐續藏經》 제9책, p.533c)에 자세히 나와 있다. 중국 선불교 오조 홍인의 십대제자 중 한 명인 덕순사 지선을 계승한 처적[唐和上] 선사의 네 명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이다.

조 박사는 2012년, 중국 청해성 청해민족대학 티베트어진수반에서 티베트어를 배우는 중에 한 서점에서 티베트어판 《바세》를 우연히 만났다. 기쁜 마음에 숙소로 돌아와 펼쳤으나 읽을 수 없었다. 당시까지 발견된 《바세》의 모든 필사본이 수록된 티베트어책을 구했고, 티베트인 교수에게 부탁해 4개월 정도 《바세》를 별도로 배웠다. 조금씩 늘어나는 티베트어 실력 덕분에 비로소 ‘김 화상’이라는 티베트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용도 아주 명확했다. 《바세》를 알게 된 지 거의 15년 만에 김 화상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바세》는 아직 티베트어가 미숙한 당시의 제가 읽기에는 매우 힘든 책이었습니다.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티베트불교 공부를 위해 2015년 청해성에 있는 티베트 사찰에 들어갔죠. 3년 정도 학습한 뒤 《바세》를 보자 비로소 내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티베트 자치구 산난 시의 자낭 현에 위치한 삼예사 전경. 7세기 말 중국인 마하야나 스님과 인도에서 온 까말라씰라 스님사이에 불교교리 논쟁이 벌어진 곳이다. ⓒ조병활
중국 티베트 자치구 산난 시의 자낭 현에 위치한 삼예사 전경. 7세기 말 중국인 마하야나 스님과 인도에서 온 까말라씰라 스님사이에 불교교리 논쟁이 벌어진 곳이다. ⓒ조병활

 

귀국 후 조 박사는 번역작업에 착수해 초벌의 역주문(譯主文)을 월간〈고경〉 2019년 6월호에서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당시 글을 수정 보완하는 2차 과정을 거치며 《바세》는 우리말로 처음 완역됐다.

조 박사는 《바세》의 중요한 가치로, 티베트 불교 전파 과정의 체계적 정리, 티베트불교의 앞날에 대한 신라 무상 스님의 예언, 티베트 역사에서 중요한 삼예사 건립 과정 기록을 들었다.

이와 함께 적호(샨타락시타) 스님과 연화생(파드마삼바바) 스님이 티베트에 들어가게 된 배경, 활동 등의 기록은 물론 삼예종론의 배경, 전개 과정, 결과 등이 자세하게 정리된 점도 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