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예년과 달리 눈도 많이 오고 동장군의 기세도 매서운 편입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다음 해에 풍작이라고 하는데 내년에 풍족한 추수를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이와 같이 매서운 추위에도 제가 머물고 있는 봉원사 각법전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빈승도 그분들의 간절한 신심을 대할 때 마다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집니다.

우리 불가에서는 새벽종성과 망자를 위한 시식을 베풀 때 항상 빠지지 않고 거행하는 장엄염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이 ‘오종대은 명심불망’(五種大恩 銘心不忘)입니다. 이는 ‘5가지 큰 은혜를 마음에 새겨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첫 번째 구절은 ‘각안기소국왕지은(各安其所國王之恩)-편안한 삶 지켜주신 이 나라의 크신 은혜’입니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우리 불가에서도 국가의 전란이 있을 때마다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와 같은 큰스님들이 승병을 조직해서 앞장서셨고, 일제침략기에는 독립운동으로 열정을 바치신 만해 한용운, 진종 백용성 스님이 있었습니다. 또한 6.25전쟁 당시 유명을 달리 하신 육해공군 전몰장병들을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 구절은 ‘생양구로부모지은(生養劬勞父母之恩)-나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입니다. 출가자는 모름지기 사사로운 인연을 멀리 해야 하지만 세존께서도 성도 후에 부왕을 찾아뵙고 여러 번 법을 설하셨고 비록 유모이지만 어머님이신 마하파자파티를 최초의 비구니로 출가시켜서 본인의 회상에 가까이 두셨습니다.

세 번째 구절은 ‘유통정법사장지은(流通正法師長之恩)-바른 진리 깨쳐주신 스승님의 크신 은혜’입니다. 세간의 장인이 모든 연장을 만들 듯 삼승(三乘)과 삼학(三學)을 닦는 법기가 되도록 일깨워주시는 분은 곧 스승님이시듯이 은혜를 명심하여 수행에 힘쓰라는 내용입니다.

네 번째 구절은 ‘사사공양단월지은(四事供養檀越之恩)-가지가지 공급하신 시주님의 크신 은혜’입니다. 일미칠근 (一米七斤)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 톨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곱 근의 땀이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궂은 일 않고 수행해 갈 수 있음과 그 깊이를 더해 갈 수 있음은 모두 시주의 은혜임을 명심하여 수행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라는 내용입니다. 단월의 시주물은 한 톨의 쌀이라도 무겁기가 수미산과 같다고 하니 잊지 말고 정진하라는 경책이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구절은 ‘탁마상성붕우지은(琢磨相成朋友之恩)-서로 닦고 가르쳐 이루게 한 법우님의 고마운 은혜’입니다. ‘탁마(琢磨)’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준말입니다. 유가의 〈시경(詩經)〉에 있는 문구인데, 말 그대로 서로 갈고 닦아가며 선의의 경쟁을 해가는 도반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당가위보유차염불(當可爲報唯此念佛)-그 은혜를 갚으려면 오직 한길 염불이요’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핀 다섯 가지의 은혜를 갚는 총체적인 방법으로는 염불이 제일임을 나타낸 내용입니다. 즉 자신의 수행에 보다 충실함으로써 상구보리(上求菩提)와 하화중생(下化衆生)이 모두 성취되고 동시에 보은이 가능함을 명심하라는 뜻입니다.

대은(大恩)이라는 단어에서 ‘恩’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因+心으로 되어있습니다. 즉, 장성하거나 성공한 뒤 지금의 자신이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을 마음깊이 생각한다는 의미가 글자에 담겨있습니다. 출가의 조건으로 할애(割愛)를 강조함은 과정으로서 필요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린다는 의미이며 적극적이고 완벽한 보은(報恩)을 위해 소극적이고 불완전한 보은을 지양하라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종대은명심불망’은 수행자로서 적극적인 보은을 명심케 하여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시키고 수행에 채찍을 가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수행자라면 모름지기 하심(下心)을 덕목으로 삼고 정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종도들이 그 내용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가일층 수행정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태고종 본산 봉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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