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4월 14일까지…남인도 불교미술 국내 최초 소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홍보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홍보포스터.

 

‘스투파’는 부처님이나 훌륭한 고승의 사리 모신 탑으로, 불자들에겐 신앙의 대상이다. 한겨울 추위로 얼어붙은 마음도 녹일 겸 ‘남인도 수투파의 숲’으로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4월 14일까지 이어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에서는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부처님이 주인공이다. 전시실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무렵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 조각들이 숲을 이루듯 서 있다. 관람객들은 마치 2천 년 전 스투파의 숲을 여행하듯 전시실 안을 거닐며 남인도 미술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 마련된 두 개의 숲 가운데 첫째는 ‘신비의 숲’이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 뿌리내린 남인도 고유의 문화에 불교가 스며들면서 이색적인 숲이 탄생한다.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자연의 정령이던 이들은 불교가 전해지면서 스투파 장식의 조각으로 등장한다. 자연의 정령과 불교의 신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생명의 숲을 표현하기 위해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스투파의 봉분을 형상화한 둥근 원들로 순환의 질서를 형상화한 공간을 연출했다.

둘째는 ‘이야기의 숲’이다. 북인도에서 시작된 석가모니부처님 이야기는 남인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화와 만나 북쪽과 달리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다. 먼저 부처님의 이야기가 그려진 남인도 스투파의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다양한 상징과 서사로 이루어진 그의 인생 드라마가 돌 표면에 조각돼 드라마틱한 인도 미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시는 남인도를 다스렸던 사타바하나왕의 안내로 시작된다. 남인도에서는 일찍부터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제 교역으로 상인과 장인 계급이 많은 부를 축적했다. 그들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고안할 만큼 유쾌한 상상력의 소유자들이었고, 남인도 불교는 그들의 후원을 받아 전래 초기부터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사원을 지을 수 있었다.

전시실은 이국적인 신들과 흥미진진한 부처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따뜻한 남인도 숲으로 변신했다. ‘숲’이라는 키워드에는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는 박물관의 메시지도 담았다. 전시실 곳곳에 숨어있는 숲속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을 찾아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표정의 그리핀, 고양이를 닮은 사자, 신나 보이는 코끼리와 스투파를 지키는 뱀 등 자연의 생명을 소중히 했던 인도인들의 시선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인도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에 해당하는 남인도 미술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자리다.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이 출품된다. 이 중에는 발굴된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 없던 유물이 대거 포함돼 있다.

박물관은 전시를 준비하며 지구의 ‘숲’과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도 담았다. 먼저 전시실을 꾸릴 때 이전 전시에서 사용한 벽을 70% 재활용해 폐기물의 양을 줄였다. 전시실 내 전시품 안내자료는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모바일 전시 안내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전시의 도록 표지도 국제산림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생분해와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친환경 용지를 사용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추운 겨울, 스투파의 숲에서 강을 끼거나 강을 굽어보는 위치에 세워졌을 아름다운 사원을 상상하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를 바란다”면서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와 가족 동반 관람객, 이국적인 이야기와 낯선 문화에 호기심을 지닌 분들에게 스투파의 숲으로의 여행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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