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작가.
이석준 작가.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무수히 많은 일을 겪는다. 그런 과정에서 무한한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며, 끝없는 고통을 받는다. 물론 잠시 잠깐의 즐거움도 있지만 이는 상대적인 즐거움일 뿐 근본적으로는 무상한 일들의 연속이어서 괴로운 일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은 사고팔고(四苦八苦)를 겪는다고 설하셨다. 태어났으니 늙고, 늙었으니 병들고, 병들었으니 죽는다는 생로병사의 이치는 그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으며 피해갈 수 없다.

또한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존재와 헤어져야 하는 애별리고(愛別離苦), 삻어하는 존재와 만나야 하는 원증회고(怨憎會苦), 원하는 존재를 얻지 못하는 구부득고(求不得苦), 무상한 오온에 집착하는 오온성고(五蘊盛苦)등의 괴로움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근원적인 괴로움은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고, 아직 오지 않는 미래를 불안해하여 고통 받는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 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불교에서 유래했다고 잘 알고 있는 끼니로 낮에 먹는 음식을 뜻하는 용어인 ‘점심(點心)’은 마음에 점을 찍듯이 가볍게 먹는 식사를 의미하며 이 용어는 금강경 제 18분인 일체동관분에 나오는 ‘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는 구절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 구절에서는 덕산 스님과 떡 파는 노파와의 문답이 유명하다. 낮에 배가 고파 금강경 바랑을 지고 가는 덕산 스님께 떡을 파는 노파가 금강경과 관련된 질문을 해서 답을 하면 떡을 주겠노라고 하였다. 당대의 교학승인 덕산스님은 호기롭게 문제를 내라고 했다.

노파의 질문인 즉, ‘금강경 제18분에 과거의 마음은 지나갔으니 잡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은 흘러가고 있으니 잡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은 오지 않았으니 잡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금강경의 고승이라는 스님께서는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시겠습니까?’라고 하였으나 어느 마음에도 점을 찍지 못한 덕산 스님은 그만 점심을 먹지 못하였다는 이 일화는 무상한 시간의 건널목 앞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이미 지나간 일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마음을 빼앗겨 고통 받지 말고 지금 내 앞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여야 함을 노파의 질문을 통하여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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