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다실의 미학
후루타 쇼킨 지음, 이현옥 옮김
민족사
22,000원


인도에서 건너온 달마대사 이후 6조 혜능에 의해 조사선이 뿌리내리면서 중국 선종은 황금시기를 맞는다. 그 당시 육우(733-804)라는 학자가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인 《다경》(780)을 집필한다. 이 교과서의 출간으로 일반 백성들도 차를 제조해 마실 수 있게 되자 당(唐) 후반기에 차의 대중적 보급이 이루어졌다.

선과 차가 동시에 활성화 된 이 시기에 선종은 차의 대중화에 기여하게 된다. 차를 선의 경지로 끌어 올린 이는 조주(778-897) 선사다. 예로부터 다선일여(茶禪一如)라 하여 차와 선을 하나로 여겨왔던 전통에서 ‘끽다거(喫茶去)’라는 조주의 화두는 차명상 화두 제1호에 해당한다. 일본의 선과 차의 만남은 가마쿠라시대(1192-1133) 초기, 송(宋: 960-1277)으로 유학 간 선승 묘안 에이사이가 선불교(임제종)와 차(차종)를 가지고 귀국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동북아에서 차와 선은 불가분의 관계로 같이 발달하게 되는데 차와 선이 동시에 아우러지는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일본의 초암다실(草庵茶室)이다. 초암다실은 작고 소박한 다실로 ‘와비다실(わび茶室, 侘茶室)’이라고도 하며, 일본에서 다실이라고 할 때는 흔히 이 초암다실을 가리킬 때가 많다.

초암다실은 다다미 4장 반으로(약 2평)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 4장 반을 우리나라의 고시원 정도의 작고 더는 싸게 구할 수 없는 방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 작고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은 좁은 게 좁은 것이 아니고, 넓은 게 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차를 마시는 다도와 득도를 위한 선의 수행이 같은 경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관점에서 ‘차(茶)와 선(禪)의 이어짐’을 초암다실의 미학적 구조를 통해 체험하도록 안내한다. ‘초암(草庵)’이라는 다실 공간을 미학적으로 접근하여 공간 그 자체가 궁극적으로 선의 세계이며 불법 수행의 도량임을 보여 주고 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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