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불기 2568년 갑진년 새해가 힘차게 솟아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송년모임에 이어 신년 단배식을 통해 조직과 단체의 화합을 도모하게 됩니다. 이런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문화입니다.

음식문화는 그 부류의 신분과 경제적 수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음식도 고급화로 가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물질적으로 빈약했던 과거에 비해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각종 맛난 것을 소개하는 먹방과 유명음식점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맛나면서도 건강을 돕는 음식을 즐겨 찾습니다. 현대의 음식문화는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운 사회를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풍요로운 대신 버려지는 음식도 무척 많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사각지대에 사는 이들은 평생 입에 대지 못할 음식들이 한 쪽에선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아 유감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러한 때 소납은 우리 불가에서 공양할 때마다 외우는 5관게를 떠올려 봅니다. 5관게는 계공다소량피래처(計功多少量彼來處)/ 온갖 정성이 쌓인 이 공양 어디에서 왔는가. 촌기덕행전결응공(村己德行全缺應供)/부족한 덕행으로 감히 공양을 받는구나. 방심이과탐등위종(防心離過貪等爲宗)/탐심을 버리고 허물을 막고자, 정사양약위료형고(正思良藥爲療形枯)/바른 생각으로 육신을 지탱하는 약을 삼아, 위성도업응수차식(爲成道業膺受此食)/도를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노라는 게송입니다.

오관게는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담겨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다는 뜻을 일러 줍니다. 그러므로 밥 알 하나 김치 한 조각 허투루 버리지 말고 도업을 이루기 위한 약으로 삼아 섭취하되 그 은혜를 갚고자 중생 구제를 위해 힘써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님들은 예로부터 음식을 귀하게 여겨 함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사명대사의 입산기(入山記)는 출가승의 본분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산길을 가다 보니, 웬 스님이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산길을 따라 헐레벌떡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어인 일인가 싶어 지켜보니, 그 스님은 계곡물에서 배춧잎 하나를 건져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스님의 뒤를 좇아 가보니 암자가 나왔다. 거기까진 무려 십리나 되는 길이었다. 그 스님에게 물었다. ‘십리나 되는 길을 고작 배춧잎 하나 주우려고 내려오셨습니까?’ 그러자 스님이 화를 내며 말했다. ‘세상이 내리는 모든 것이 시물(施物)이거늘, 스님들이란 무릇 공짜로 그것을 먹고 사는 자들이다. 어째 배춧잎 하나라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더냐?’ 나는 그 말을 듣고 입산을 결정했다.”

사명대사가 말씀하시는 이 스님은 아마도 스님들의 대중공양을 책임졌던 분이었던 듯합니다. 배추를 씻다가 어찌하여 잎 하나가 계곡물에 떠내려가자 이를 건져내기 위해 십리나 되는 길을 뛰어와 결국 배춧잎 하나를 건졌습니다. 누가 지켜본 것도 아닐 터이고, 그깟 배춧잎 하나 떨어져 나갔다 해서 대중공양에 지장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스님은 어떠한 시주일지언정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는 불가의 가르침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본분을 지킨 이 스님의 행동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가르침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자들이라면 공양을 하거나 공양물을 구함에 있어서도 삿된 마음을 부리지 않아야 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먹을 것을 구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하지만 먹을 것을 지나치게 탐해 살이 찌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한 신체를 갖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공양에서도 인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참된 공양의 가치는 욕심을 덜어낸 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불이성 법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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