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38~40조

생명 존중 차원서 우기에 여행 금지도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38조는 변경공포처유행계(邊境恐怖處遊行戒)로 제37조가 국내 유행일 경우에 해당되지만 본 조는 국외를 유행할 때로 규정되고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국외에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고, 공포를 동반하는 나라에 대상(隊商)을 동반하지 않고 유행하는 것은 바일제이다.”

본 조문을 보니 스리랑카에 있을 때 유학을 왔던 한국 비구니 스님이 생각난다. 그 스님은 동학사 강원 출신으로 인도에서 꽤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스리랑카로 와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금은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루는 불상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교 유적과 유물이 파괴된 파키스탄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여행경보 등급이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위험지역을 비구니 스님 혼자서 여행을 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때 당시에 필자의 파키스탄에 대한 느낌은 ‘파키스탄=전쟁, 이슬람’이었다. 그래서 왠지 모를 두려움이 앞섰으며 그 비구니 스님에게 ‘존경심’까지 느꼈다. 본 조문을 보면 바일제를 범한 것이었지만 그 스님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지금은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현시대 율장 적용의 한계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계율 중심으로 치우쳐 승려의 본분사(本分事)를 망각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39조는 우기유행계(雨期遊行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우기 중에 유행하면 바일제이다.”

비구나 비구니는 우기에 유행을 중단하고 우안거를 행해야 한다. 인도에서 우기가 시작되면 건기 동안 메말랐던 산과 들, 대지에 새 생명이 태동한다. 그래서 우기에 유행을 하게 되면 여러 생명을 짓밟게 된다. 또한 불어난 물로 인해 걷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며 비구, 비구니가 급류에 휩쓸리는 등의 위험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의미와 비구니의 안전을 위해 우기에는 유행을 금하는 것이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40조 안거경불유행계(安居竟不遊行戒)는 안거가 끝나고 나면 유행을 해야 한다는 계율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안거가 끝나고 설령 5, 6 유순이라도 유행을 떠나지 않으면 바일제이다.”

비구의 경우는 안거가 끝나고 나면 유행이 일상적인 수행 방법이나 비구니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빨리율》에서 안거가 끝나고 나면 최소한 5유순 내지 6유순은 유행을 의무화하였다. 유순(由旬)은 거리 단위인 요자나(yojana)의 음역으로 현장(玄奘)스님은 1유순을 16리, 의정(義淨)스님은 12로 주장하고 있으며 30리, 32리, 40리의 설도 있다. 1유순을 16리나 12리로 계산을 해도 비구니가 유행을 가서 당일에 정사로 돌아오기는 힘든 거리이므로 본 조문은 유행의 거리를 규정했다기 보다는 기간의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의미는 한역 율장에서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사분율》에서는 하안거를 마치고 떠나지 않으면 바일제라 하였고, 《오분율》에는 비구니가 안거청(安居請)에 따르는 것이 끝났을 때 1숙(宿) 하고 떠나지 않으면 바일제라 하였다. 그리고 《십송율》에는 ‘만약 비구니가 자자가 끝나고 유행하여 다른 곳에서 1숙(宿)하지 않으면 바야제이다.’라고 설하여 안거를 마친 비구니는 반드시 일정 기간 유행을 하도록 하였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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