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영(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하면 연기라고 합니다. 모든 존재나 현상은 무수히 많은 원인과 조건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사실, 그래서 항상하지 않고 변화하며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집착을 여의고 탐진치 삼독을 떠나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세상을 비유한 말이 인드라망입니다. 서로 연결된 인드라의 그물코마다 보배구슬이 서로를 비추는 것이 끊임이 없고 중중무진한 연기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우리 불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스스로 돌아봅시다. 불자들의 삶은 얼마나 다른가요? 세상 사람들은 나와 남을 구분하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편리하게 살고자 애를 씁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지지 않으려고 경쟁하며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그렇게 사는 동안 세상인심은 점점 각박해지고 이웃과는 마음의 담을 쌓아 공동체는 무너지고 고립된 자아는 더욱더 물질소비와 감각적 쾌락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며 쉽게 사고 쉽게 버립니다.

생태계는 파괴되고 쓰레기는 쌓여갑니다. 서식지가 사라진 야생동물들은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땅과 강과 바다와 하늘이 오염되어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물도, 음식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육류소비는 늘어가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밀림은 가축을 기르고 가축에게 먹일 사료작물을 짓기 위해 오늘도 축구장 3천 개 넓이의 삼림이 사라지고 10억 명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데 곡물의 50%는 가축의 사료로 사용합니다.

연기를 자각하고 자리이타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불자들은 오계를 받아 지닙니다. 오계의 첫 번째는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는 가축을 살해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인 가축들은 어떻게 길러집니까?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이 좁은 우리에 가두고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맞아가며 생명으로의 존엄함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환경에서 제 수명보다 너무나 빨리 죽임을 당합니다. 닭의 수명은 5~10년 정도인데 우리가 먹는 치킨은 30~40일 만에 죽임을 당한 닭입니다. 가축이 생명이 아닌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되어 버린 탓입니다. 그러다 AI같은 전염병이 돌면 병들지 않은 건강한 닭들까지 단지 반경 3km 이내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합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고 신생대 마지막 시기인 홀로세가 끝나고 새로운 지질 시대인 인류세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인류세란 인류가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켜 새로운 지질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인데 어떤 이는 그동안의 인류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았는데 근대 산업화를 이끈 자본주의가 문제이므로 자본세라고 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인류세의 대표적인 물질로는 플라스틱과 닭뼈를 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세계인이 닭을 많이 잡아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사육되는 닭은 지구상의 조류 개체 수의 70%에 달하며 1년에 600억 마리가 도축됩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불상생의 계율을 지닌 불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우선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고기를 먹더라도 횟수나 양을 줄이고 동물복지 농장에서 길러진 고기나 계란을 먹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살처분과 같이 집단살해하는 일을 반대해야 합니다. 살처분이라는 잔인한 방법이 아닌 백신정책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감각적 쾌락과 편리함을 위해 설악산국립공원처럼 보호해야 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놓는 일에 찬성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곳은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들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오염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습니다. 희석해도 방사성 물질 자체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생물들의 몸에 축적되고 우리의 밥상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와 내부피폭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우리는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나와 무관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깨어서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두루 살펴야 합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천수천안으로 살피시는 것처럼 우리도 세상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듣고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관세음보살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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