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 사무총장

 

25년간 근무한 풍경소리는 요즘 불사가 한창이다. 1999년도에 시작해서 서울지하철, 수도권 전철, 부산 지하철, 대구 지하철, 대전 지하철, 인천 지하철, 광주 지하철 순으로 풍경소리를 부착했으니 처음 7, 8년간은 풍경소리 게시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벌써 20년 가까워진다. 그사이에도 낡거나 파손된 것들은 계속 손보고 재부착해 왔으나 전반적으로 낡고 지저분해 전부 새 걸로 교체하기로 하였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약 2억 원 정도) 뜻있는 불자들의 불사금 보시를 받기로 하고 기간도 2년에 걸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대략 2,400개 정도여서 한 달에 100개씩 교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전국 불자들의 정성이 모여 현재 불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불사금이 꾸준히 들어오고는 있지만 교체 작업을 외주로 하거나 따로 인건비를 들이게 되면 아무래도 재정적으로 부족할 것 같아 직접 일주일에 한 번 지하철에 나가 교체작업을 한다. 관리팀장님과 둘이 조를 이뤄 작업하는데, 하루에 평균 26개 정도 작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매주 하루씩 작업하면 애초 계획대로 24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시판 교체 작업은 사무실에서 시작된다. 우선 새로 공장에서 출고된 게시판 앞면 아크릴판에 스티커를 붙이고 게시판 안쪽 면에 보시자 이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부착한다. 그리고 게시판 뒷면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다음 현장 작업을 할 순서대로 게시판을 정리하여 핸드 카트에 싣는다.

현장 작업은 기존 게시판을 떼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떼어낼 때 도구는 칼-인터넷에서 박스나 스티로폼을 자를 때 쓰는 칼을 찾아 구매-을 쓰는데 이 칼은 양날이 다 톱날처럼 되어 있다. 한쪽 날은 톱날이 촘촘하고 다른 쪽 날은 톱날이 넓게 되어 있다, 이 칼을 게시판 뒤에 넣어 양면테이프와 실리콘을 자르고 떼어내는 데 스스로 이 칼을 발견한 걸 대견스러워할 정도로 작업이 쉽게 된다(처음 작업 때는 커터 칼을 썼다). 그런 다음 게시판이 붙어 있던 벽면을 정리하고 새 게시판에 실리콘을 바른 다음 양면테이프를 떼어내고 수평을 맞춰서 부착한다. 포스터까지 갈고 나면 작업 끝.

이런 현장 작업에서 우리에게 힘을 더해 주는 사건들이 가끔 있다. 게시판을 떼어낼 때 게시판과 벽 사이에서 동전이 떨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 일부러 뒤의 틈에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 놓은 거다. 얼마 전에는 곱게 접힌 천원 권도 나왔다.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잘하고 있구나’하고 누군가 등 두드려 주는 것 같아 우쭐함도 생긴다.

게시판 뒤 틈에 보시금을 끼워 넣었을 분들을 상상해 본다. 풍경소리 글에서 감명받고 성의를 표시한 걸까? 아니면 지하철에서 만나는 부처님 가르침에 불자님들이 풍경소리를 격려하기 위해서 넣은 것일까? 어느 경우든 어떤가. 우리가 하는 일에 마음이 움직인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지쳤던 몸과 마음을 깨워 다시 열심히 하게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

풍경소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지하철 5호선에 봉축 열차를 조성해 운행한 적이 있다.

열차 칸마다 작가님들이 한 분씩 맡아 불교 문화를 설치미술로 표현한 것이다. 해인삼매도를 형상화한 칸, 연꽃으로 장식한 칸, 금강경 칸, 참선방을 설치한 칸, 미아 찾기(인연) 칸 등 열차 공간을 활용해서 부처님 오심의 기쁨을 지하철 승객들과 함께하고자 마련한 일이었다. 80여 일의 운행이 끝나고 작품을 철거하는 날에도 여기저기서(특히 참선방의 바루) 보시금이 나와 모두를 즐겁게 한 적이 있다. 항상 응원받고 있음에 감사하다.

풍경소리가 창립하고 활동을 시작한 지 25년. 숲속의 작은 샘들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 작은 정성들과 보이지 않은 응원들이 풍경소리 25년을 만들고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음이다. 교체 불사를 시작한 지 16개월이 지나 이제 약 800개 정도만 더 교체하면 불사를 마무리한다. 내년 7월까지 끝낼 작정이다. 지켜보고 있을 많은 분의 응원을 믿고 간다.

카트 끌고 지하철로 힘차게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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