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작가
이석준 작가

 

요즈음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인 고려거란전쟁을 흥미진진하게 시청하고 있다. 초반부이긴 하지만 지금의 진관사로 추정되는 신혈사에서 헌애왕후가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승려 생활을 하고 있는 대량원군( 나중의 제8대 임금이 되는 현종)의 모습이 자못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또한 거란과의 제1차 전쟁에서 논리적이고도 강단 있는 담판 외교로 적을 물리치고

강동6주를 회복한 유명 전략가인 서희, 2차 전쟁에서 적을 물리친 용장인 양규, 3차 전쟁에서 귀주대첩으로 적을 섬멸한 지장인 강감찬의 활약으로 고려는 25년이나 걸쳐 진행된 거란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13세기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몽골이 1231년부터 1270년까지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7차례에 걸쳐 고려를 공격했다. 조정은 강화도로 피신했고 본토에 남은 백성들은 산에 숨어 끝까지 항전했다. 부인사에 모셔진 초조대장경과 황룡사 9층탑이 불살라졌지만 백성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고종 때인 1237년부터 약 16년에 걸쳐 팔만대장경을 완성하게 된다. 전쟁을 치르느라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텐데 이 어려운 불경 조판을 완성한 이유는 바로 불교를 숭상한 조정과 백성들의 위대한 신심의 원력 때문이었다. 초조대장경을 조판하자 거란이 물러갔으며, 몽골이 무엇보다도 불심으로 하나 되어 항전하려는 고려의 민심을 막고자 대장경을 불태우려 했음을 고려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신 집권기에 국정의 문란으로 국방력이 약화된 고려의 관군은 사기가 떨어져 쉽게 패배했지만 처절한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농민군과 노비를 비롯한 천민군은 몽골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 예로 몽골이 1232년 침공하여 초조대장경을 불태우자 처인성 전투에서 승려 김윤후가 몽골 사령관인 살리타이를 활로 쏴 죽였으며 이에 당황한 몽골군은 퇴각하였다.

 

이처럼 오랜 세월 고려 사람들이 거란과 몽골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서도 자신들의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470년에 걸쳐 자주적이고도 당당한 나라를 유지한 원동력은 자신들은 동아시아 북방을 재패했던 자랑스러운 고구려의 후손임을 자각했으며 왕실과 귀족, 그리고 모든 백성들이 하나 되어 불교를 숭상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고려 사람들의 투지와 열정을 본받아 강대국들과 벌이고 있는 험난한 외교전쟁의 건널목을 힘차게 건너야 할 것이다. 소설가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