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회의가 12월 5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금년도 2차 회의를 갖고 이 자리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제21세 종정에 백련사 회주 운경 큰스님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에 앞서 총무원장 상진 스님, 중앙종회의장 법담 스님, 호법원장 혜일 스님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심 끝에 운경 큰스님을 차기 종정으로 원로회의에 추천하기로 최종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원장이 운경 큰스님으로 의견을 집약하게 된 데에는 교학을 통달하고 부종수교의 행장 등으로 덕망을 쌓음으로써 종단에서 폭넓은 신망을 얻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운경 큰스님은 2016년 23개 한문 불교 경전과 서문에 토를 달고 해석한 《제경요제》를 펴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불교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종단의 어른이다. 또한 종단이 내분에 휩싸이거나 외부로부터 위해가 가해질 때 종권수호위원으로 활약하며 종단수호에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도심 속 천년고찰인 백련사에 주석하면서도 늘 기도와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후학을 경책하고 지도한 면모도 대중의 존경을 받은 이유다. 운경 종정 예하는 이러한 점에서 우리 시대의 지도자상이라 할 수 있다.

태고종은 현재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올해 취임하면서 종단발전과 위상을 견인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태고종의 새로운 변화를 눈여겨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어른이자 상징인 종정 예하를 추대한 것은 종단발전의 힘찬 동력이란 점에서 더없이 기쁘고 반갑다.


종교 편향 대통령 기념관이라니

현 정부의 종교 편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출범이래 지속해서 통합이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종교 간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정부의 장·차관, 대통령실 참모, 군 장성에 이르기까지 불자들이 전무한 현실은 의도된 종교 편향에 다름 아니다. 1700여 년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한 불교를 도외시하고 불교인을 배제하고 불교 관련 정책을 외면하는 이유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정부 인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헌법정신은 성경에서 나왔다”는 최고 통치자의 발언은 불자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줬다. 더 가관인 것은 서울시가 한국불교를 분열시키고 박해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다른 곳도 아닌 조계종 총무원과 태고종 총무원 청사 그 사이의 공공용지에 건립한다는 것이다.

이승만의 최대 과오는 1954년의 사사오입 개헌과 1960년의 3·15 부정선거였다. 그는 사사오입 개헌을 무마하기 위해 불교계에 비구와 대처의 갈등을 유발했으며, 그로 인해 초래된 불교계의 역사적 퇴행은 회복되지 못할 상처로 남아 있다. 이승만의 8차례에 걸친 불교정화 유시 발표는 친일파 정권의 성격을 희석하고 1인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불교계를 이용한 것이라는 게 불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내세우는 것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다. 이같은 의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뉴라이트 및 보수기독교계의 편협한 역사관에서 비롯됐다. 현 정부에까지 도진 ‘이승만 띄우기’는 기독교에 뿌리를 둔 뉴라이트 사관이 현 정권을 잠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닌가. 극단적인 종교 편향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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