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
백금남 지음
피플워치
26,000원

 

이승만 정권의 몰락과 이기붕의 죽음, 박정희 전 대통령 총기에 의해 사망, 영동지방의 대화재와 물난리, 일본 침몰, 김정은의 등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장…. 나열된 문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탄허 스님(1913-1983)의 예언이다. 탄허는 세상사를 꿰뚫어 보는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세인을 놀라게 했다. 유교와 불교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의 학승이요, 오대산 월정사의 조실로서 눈 푸른 납자들을 키운 선승이기도 했다.

스님은 나이 쉰아홉부터 돌을 갈아 죽을 쑤어 먹으며 수행을 했다. 중생들은 힘들게 일하며 연명하고 그러면서도 시주를 하는데 승이 시주의 은혜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면 수행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탈이 되었는지 스님은 암에 걸리고 말았다. 제자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의사들은 고작해야 석 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탄허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제자들에게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놈아, 병이 사람을 잡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계해년 음력 4월 24일 유시에 갈 것이니라.”

국내 최고의 의사들이 내린 진단을 무시하고 무려 6년 후에나 입적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니, 이 말을 들은 의사들이나 제자들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탄허 스님은 자신의 예언대로 암을 몸에 품은 채 6년여를 살았고 그사이 《능엄경》, 《금강경》 같은 사교(四敎)를 완간하는 등 더욱 왕성한 번역 활동을 보여 주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을 설명하는 백금남 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을 설명하는 백금남 작가.

이 책은 금세기 최고의 학승이자 선승으로 추앙받는 탄허택성 대종사의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은 전기적 소설이다. 작가는 사적 기록이 전혀 없는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재구성했다. 방황하는 청년 유생의 모습이나, 갈등과 방황을 끝내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의 의식적 변화 과정 등을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이 같은 작업은 그만큼 작가의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고 넓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십우도》, 《소설 법정》, 《유마》, 《목련의 기도》, 《붓다평전》, 《소설 성철》 등의 작품에서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던 작가는 이 책에서도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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