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 소설가

요즈음 ‘길’이라는 소재로 글을 쓰다가 문뜩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프로스트의 ‘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현대 미국 시인 가운데 순수함과 고전적인 시풍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 시에서 소재로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을 삼고 있으며 주제로 삶의 선택과 그로 인한 인생의 변화를 담고자 했다. 시인은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스쳐 지나갈 소박한 자연의 일들에서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깊은 사색의 의미를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이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 어느 학자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내용인 즉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어느 쪽이 더 후회가 되냐고 묻고 있었다. 첫째는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느냐고 물은 것이고, 둘째로는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느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아마도 자신들이 행했던 일들이 잘못된 결과로 나타나서 첫 번째의 경우에 더 후회를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들을 더 후회한다고 답변했다.

‘ 그때, 이과를 가지 않고 문과를 선택했다면 고등학교 3년 동안 나는 괴롭지 않았을 텐데............’

‘ 그때, 이 상대가 아닌 다른 이성을 선택했다면 나는 행복했을 텐데..............’

‘ 그때, 그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를 골랐다면 지금 훨씬 잘 살고 있을 테데...........’

물론 어떤 분들은 ‘ 이미 지나간 인생에서의 선택이 지금 무슨 깊은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백 년도 안 되는 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자신의 지은 행동에 따른 결과는 자신이 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껏 자신이 했던 선택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면, 이제는 남은 인생에서 그동안 자신이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여 더 이상 자신의 삶에 어떤 후회도 남지 않는 지혜로운 길을 선택하고 정진하여 생사의 건널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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