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온몸이 찬란하게 빛나는 해탈 장자

딜리비다국 주리면 마을은 아주 커다란 숲이 여기저기 많이 있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니르바나는 숲속의 나무들을 가지고 배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받고 팔았다. 니르바나의 배 만드는 솜씨는 훌륭해서 선주들은 니르바나가 달라는 돈 보다 더 많이 주면서 배를 사 갔다. 하지만 배를 만드는 데는 전문적인 일꾼들이 필요했다. 배는 구조적으로 선수와 선체 중앙, 선미와 선수에서 선미까지 수직으로 휘어지는 갑판을 만드는 현호 외에도 돛대와 페인트칠 등 열 다섯 군데 이상을 제대로 만들어야 비로소 바다에 뜰 수가 있어서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주림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배 만드는데 동원이 되었다, 이에 주림 마을에서는 니르바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부자가 되면서부터 점점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인사도 하지 않았다. 가족이나 친척들이 돈을 빌리러 오거나 배를 얻으러 오면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오빠, 미안한데 월급이 안 나와서 그러니 쌀 사게 돈 좀 빌려주세요.”
“퉤! 그냥 가라, 먹고 죽으려고 해도 빌려줄 돈은 없어.”
“형님, 가족들 굶기지 않게 작은 배 한 척만 주세요. 아이가 아파서 병원비 대느라
가지고 있던 배를 팔았어요.”
“미쳤냐, 네 배는 팔아먹고 나한테 와서 왜 배를 달라고 하니, 에잇! 재수 없어.”
“그러게요, 거지도 아니고 식구들이 맨날 돈 달라 배 달라고 하니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네.”
니르바나의 부인인 아지비는 한 수 더 떠서 그들의 얼굴에 소금을 확 뿌려버렸다. 칠 남매나 되는 형제 중 막내 여동생인 비뮤티를 빼고 모두 다 니르바나와 아지비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뒤 그들은 인연을 끊고 악담을 퍼부었다.
“먹고 죽을 게 없다고 침을 뱉어 ? 언제까지 잘 사나 두고 보자. 이참에 폭삭 망해버려라. !”
“내가 재수 없다니… 자기는 머, 평생 재수가 있는 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거야.”
비뮤티 역시도 십 이 년 전, 스님이 되겠다고 하자
“흥, 공부도 많이 한 그 얼굴에 머가 모자라서 스님이 되겠다고 하는 게냐. 차라리 나가 죽어버려.”
비뮤티는 그런 오빠의 말에 슬퍼하거나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스님이 되려면 많은 경전을 읽고 쓰고 외워야 했으며 공부를 많이 할수록 기도하거나 울력도 많아서 아예 가족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오직 수행정진에만 정신을 쏟았다.
그러한 비뮤티를 니르바나는 꿈속에서 만났다. 아주 슬픈 얼굴로 비뮤티는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업진복락에서 복진타락은 한순간이야, 그러니까 오빠가 지은 죄를 참회하고 부처님한테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해.”
지난 십여 년 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던 동생이 꿈에 나타나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게 마음에 걸리자 북쪽 마소굴에 살고 있는 구리다 도사를 찾아갔다.
“머? 복진타락?”
“네”
“아이고, 이제 큰일 났다. 당신은 곧 죽게 생겼어.”
“정말요? 이제 벌어놓은 돈도 많고 일꾼도 많아져서 편하게 놀며 쉬어야겠다고 했는데 죽다니요? 무슨 그런 가혹한 말씀을 하십니까?”
구리다 도사는 손뼉을 딱! 치며
“그러니까 말일세. 복이 이제 다해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소리야.”
깜짝 놀란 니르바나는 결국 구리다 도사가 시키는 대로 집에 있는 돈을 모두 가져다 마소굴을 새로 짓고 금덩어리로 두꺼비를 백 개나 만들어 도사에게 바쳤다.
“이제 저는 죽지 않아서 지옥도 안가겠지요?”
“그럼, 그럼. 전 재산을 두꺼비 신에게 바쳤는데 죽기는 왜 죽어? 남은 목숨, 아주 편하게 사시오.”
니르바나는 옳지! 이제 살았다 싶어 신나게 어깨춤을 추면서 마소굴을 내려오다 부러진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깨졌다. 그때 아지비는 저녁때가 되어도 구리다도사를 만나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으러 마소굴로 가는 길에 피를 많이 흘려 정신을 잃은 니르바나를 발견했다. 아지비는 일꾼들과 함께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왔으나 눈을 뜨지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않는 니르바나를 보고 울부짖었다.
“아이고, 평생 일만하고. 이제 좀 더 잘살아 보려고 마소굴에 전 재산을 갖다 바쳤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요. 쫄딱 망해서 우리 뭐 해서 먹고살아요? 엉엉.”
그렇게 일 년이 흐르는 동안 600여 명의 전문직 일꾼들은 배를 만들지 않고 다 떠나가버리고 먹고 살게 없었던 아지비는 거리에서 빵을 팔아 니르바나를 돌보았다. 동네 사람들 눈치 보느라 허름하지만 옷도 깨끗이 입혀놓고 세수도 매일 시켜 길거리에 의자를 하나 놔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게 하였다. 왜냐하면 집에 두면 아무도 그를 돌볼 사람이 없으므로 같이 나왔다가 빵을 다 팔면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동안 니르바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잘 웃고 인사도 잘하는데 “안녕하세요, 하하하.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하하하, 그럼 안녕히 가세요.” 라는 말만 할 줄 알았다. 그러다 가끔 정신이 들면 ‘내가 왜 여기 있느냐고 배 만들러 가야 한다.’고 떼를 썼다.

 

삽화=서연진 화백
삽화=서연진 화백

 

“네가 산에서 넘어져 머리가 깨졌잖아.”
아지비는 지나가는 사람이 있든 말든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비뮤티가 주림 마을로 돌아왔다. 꿈에서 큰오빠가 자꾸 나타나, 사는 게 궁금해진 비뮤티는 살던 동네에 들어서자 어디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에는 오빠가 징징거리며 울고 있었다. 비뮤티가 오빠를 끌어안았고, 그간의 이야기를 아지비한테 다 듣고 난 뒤, 비뮤티는 합장을 하고 오빠에게 절을 한 뒤 말했다.
“오빠, 부처님께 참회하고 간절히 기도하라 했는데 구리다 도사한테는 왜 갔어요?
그 사람은 사기꾼에다 도둑이에요. 신을 팔아먹는 큰 도둑!”
“머, 구리다 도사? 하하하 ! 근데 당신은 내 막내동생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하하하
목소리도 비슷하네, 하하하.”
아지비가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정신이 좀 돌아왔나 봐요, 스님을 기억하는 걸 보니….”
비뮤다는 근처 사진관에 가서 오빠랑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수십 년 동안 오빠랑 찍은 게 하나도 없네요, 사진사 아저씨! 우리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생긴 그대로 사진 찍어주세요.”
비뮤다는 그길로 사진을 들고 형제들을 찾아갔다. 오빠가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오자고 사정했지만, 가족들은 냉정했다.
“돈 없으면 나가 죽으라 하고 침 뱉고 소금 뿌릴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왜 만나자는 거야. 형이 우리한테 해준 게 없으니 우리도 갈 필요가 없어.”
비뮤티는 그들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오빠가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벌 받았잖아,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되었으니 우리가 용서해주고 사랑으로 돌봐줘야 해. 그게 자비심이야, 부처님의 자비, 서로가 다 화해하고 사랑하게 되면 그게 행복이지, 돈 많다고 행복하진 않아.”
그 말에 조용해진 비뮤티의 칠 남매는 모두의 손을 잡고 니르바나를 찾아갔다.
“오오,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네, 근데 좀 다 비슷하게 생겼네. 그리고 날씨가 좋네요. 하하하, 그럼 안녕히 가세요.”
칠 남매들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네, 좋은 날씨군요. 하하하,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형제들의 눈가에 너도나도 눈물이 맺혔다.
그때 투시타 천궁에서 해탈 장자가 삼매에 들었다가 니르바나의 웃음소리에 깨어나 선재 동자를 맞이했다.
보리는 비뮤티와 칠 남매의 모습을 보고 눈물짓고 있었는데 해탈 장자가 온몸에서 나오는 찬란한 광명을 비뮤티에게 쏘아주면서 말했다. 
“나는 이미 비뮤티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모든게 그러하듯 부처님이 내 마음과 같고 내 꿈과 같으며 내 그림자와 같아 ,모든 것이 부처님이 여기에 오시지 않아도 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나도 여래의 마음을 다 알아 해탈을 하였도다. 보아라! 지금 저 비뮤티 역시도 자기를 깔보고 무시하며 죽어버리라고 한 오빠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가족들에게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그것이 행복이며 곧 해탈이다. 또한 해탈한 자의 보살행이며 보살도를 이루는 것이다. 이제 선재는 마리가라국의 해당 비구를 찾아 다시 한번 올바른 보살도와 보살행을 물어보고 정리하도록 하거라.”
선재는 해탈 비구에게 절하며 오른쪽으로 돌아 예경하면서 생각했다.
‘역시 해탈한 선지식의 지혜와 광명으로 온몸을 찬란하게 빛내는 모습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도다. 나도 이제 무상 보리심을 내었으니 그들을 의지하고 부모로 섬겨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자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났다. 그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보리의 손을 꼭 잡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다.

-2022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 입상자

니르바나 : 해탈 (nirvana)
선주 : 배의 주인
선수 : 배의 머리. 선체 중앙 : 배의 중심 부분. 선미 : 배의 끝부분
아지비 : 아집, 니르바나의 반대말. (obstinacy)
비뮤티 : 해탈과 같은 말. (vimutti)
수행정진 : 마음을 닦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
문전박대 : 문 앞에서 모질게 대함
울력 : 힘을 모아 함께 일하는 것
업진복락 : 지은 죄값을 다 치르면 복이 온다는 것
복진타락 : 복이 다하면 고통의 나락속으로 떨어지는 것
구리다 : 욕심, 그리드의 변형어 (greed)
마소굴 : 마귀의 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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