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Single malt whisky’란 싹을 틔운 맥아(보리)를 원료로 하여 단일 증류소에서 만든 몰트 위스키로, 줄여서 ‘싱몰’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발렌타인 30년(이하 ‘발삼’)이나 조니워커 블루와 같은 면세점용 고급 블렌디드 위스키는 이런 싱글몰트 위스키들을 모은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에 싱글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것이다.

이 가운데 블렌디드 위스키의 베이스가 되는 중요한 원료로, 맛의 핵심을 담당하는 싱글 몰트를 키 몰트(Key Malt)라고 부른다. 이런 키몰트로 선정되는 싱글몰트는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지역과 증류소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 개성을 가지고 있다. 글렌피딕, 더 글렌리벳, 더 맥켈란, 글렌모렌지, 발베니 등 SMWS(Scotch Malt Whisky Society)가 다루는 증류소 코드만해도 156개에 이른다.

최근 가격 급등은 싱글 몰트 위스키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가 아닌 가까운 이웃인 일본 즉 재패니스 위스키에서 시작되었다. 2014년 닛카 위스키 창업주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일대기를 다룬 NHK 아침드라마 ‘맛상’이 일본 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히비키’ ‘야마자키’ ‘하쿠슈’ 등 위스키가 급등한 것이다. 이에, 원액이 부족해지자, 부유층과 변동성 적은 자산을 노리는 MZ 세대(이하 MZ) 투자자들이 모여 한정판과 빈티지를 중심으로 ‘오픈런’에 입힘어 ‘리셀’이 가능한 일본에서 위스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관세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그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MZ는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우며, IMF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들은 정규직 취업의 진입장벽에 부딪히며, 월급만으로는 살 집을 마련할 수 없게 되면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그리고 명품과 한정판 구매에 적극적이다. MZ는 주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며, 가족이나 주변인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플루언서의 말에 더 영향을 받는다. 팔을 구부려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는 ‘Flexing’과 ‘영끌’로 인해서 MZ 세대는 한 달 동안 라면만 먹을지라도 값비싼 싱글몰트를 사들이는데 인색하지 않다. 다만 일부는 시음이 아닌 투자 목적의 과시형 소장용인 ‘굴비(보면서 입맛을 다시지만 마시지 않는 자린고비에서 나온 신조어)’로 장만하기도 하다.

요즘 유행하는 ‘오마카세’라는 말이 있다.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메뉴판이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를 가리킨다. 이러한 오마카세는 브랜드나 간판보다는 요리사의 명성을 신뢰하고 신선한 식재료와 새로운 경험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방장 한정판이라는 측면에서 싱글몰트와 공통되는 부분도 있다.

‘주방장 특선’인 이 ‘오마카세’라는 표현은 뭔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비싼 가격을 합리화시키는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 차문화계에서도 팽주에게 차와 음식의 페어링을 맡기는 ‘tea’오마카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얼핏 개성과 취향이 강한 MZ 세대가 ‘싱글몰트’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직 주방장(쉐프)이나 차예사(티소믈리에)에게 모두 맡기는 ‘오마카세’를 좋아한다는 말은 모순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열망하는 ‘인플루언서’와 같은 존재로 주방장을 인정한다고 이해하면 어렵지 않다.

새 총무원장 출범 이래 우리 한국불교태고종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MZ 세대의 이런 취향을 이해해서 ‘인플루언서’로서 우리 부처님의 제자들인 태고종이 MZ의 ‘오마카세’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너무나도 다양한 싱글몰트와 같은 MZ 세대들을 ‘발삼’처럼 잘 블렌딩하고 그들이 BTS와 같은 키몰트가 되었을 때, 한국 불교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거운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태고보우 원증 국사의 혜명이 전 세계에 두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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