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열 수묵언어-무상(無象)·유상(有象)’전

11월 9~21일 서울 삼청동 한벽원 미술관

3개월간 ‘필묵선묘화’ 문수·보현보살도 그려

“나의 예술 이상 지속 위해 흔적 남길 터”

대표작품: 보현보살도 (271×340 한지에 수묵채색).
대표작품: 보현보살도 (271×340 한지에 수묵채색).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스스로 안위하며 믿습니다. 선과 수묵은 그 이론과 실제에서 상통하며 그 결합은 자아실현의 유력한 표현수단이라고요. 선화동도(禪畵同道) 즉, 선과 수묵화는 같은 길을 걸으며 동양문화의 진수를 이루었죠. 수묵화는 예술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그 어느 회화 분야보다 사상적 체계가 확고하며 독특한 표현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 중인 김대열 작가.
기자간담회 중인 김대열 작가.

오랜 전통에 기반한 선종화를 목표로, 수묵화를 매체로 작업해온 작가의 시각을 드러내는 말이다. 11월 9~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벽원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여는 김대열(金大烈) 작가가 2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의 작품 내용은 ‘선적(禪的) 사유’ 혹은 ‘깨달음’이다. 직관을 통해 얻어지는 이미지를 시각언어로 표출함이다. 직관은 논리, 분석, 추리를 뛰어넘어 순간을 포촉(脯燭) 한다. 그러므로 그의 표현방법 역시 빠른 필묵 운용을 기조로 하고 있다. 이는 선종화(禪宗畵) 혹은 문인 사의화(寫意畵)에서 즐겨 사용하던 감필화(減筆畵) 방식이기도 하다.

대담하고 활달한 운필(運筆)은 형상을 개괄적이고 간략하게 드러나며 색채는 절제되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직관의 감성 세계를 단순한 이성적 활동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순간에 이루어지는 붓놀림과 그 발묵(潑墨) 효과는 선과 면, 구체적 혹은 추상적 형상을 한꺼번에 표출해 낸다. 이런 요소들이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웅혼(雄渾)하고 쾌활한 선화 혹은 문인화 본연의 미학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수류무심(水流無心)Ⅲ (80×108 한지에 수묵채색).
수류무심(水流無心)Ⅲ (80×108 한지에 수묵채색).

 

“그동안에도 즐겨 다뤘던 「물」을 소재로 해 「수무상형(水無象形; 물은 형상이 없다)」이란 주제를 설정하고 작품제작에 임했죠. 다만 바뀐 것은 작품 표현의 유일한 도구인 붓의 크기입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붓은 필관(筆管)의 지름이 3~4cm의 정도의 대필이었지만 이번에 사용한 붓은 그 배 이상 되는 8~9cm 정도의 대형붓입니다. 이는 필묵(筆墨) 유희(遊戲)의 보여주기식 행위가 아니라, 개괄적이고 사의적인 저의 예술표현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함이죠. 큰 붓에 먹을 묻혀 빠르게 휘쇄(揮灑)하는 순간순간 드러나는 형상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이 바로 선열(禪悅)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6월 그는 우연히 11~13세기 돈황벽화로 그려진 문수·보현보살도 원판 도판을 접했다. 도판을 보는 순간 이번 전시를 위해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문수보살도 (271×340 한지에 수묵채색).
문수보살도 (271×340 한지에 수묵채색).

 

“축소된 도판을 참고로 전시장 규모에 맞춰 재구성하여 그리다 보니 여름 3개월을 다 보냈어요. 수묵인에게 「필묵선묘화(筆墨線描畵)」의 매력은 고향을 그리는 향수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40년 묵은 숙제를 마친 듯한 감회를 느낍니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감성에 따라 형상성의 유, 무 혹은 강, 약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39점의 작품을 추상적 형상의 작품과 사실적 구체적 표현작품으로 구분해 전시한다는 의미로 전시 제목도 「김대열 수묵언어-무상(無象) · 유상(有象)」으로 정했다.

“이 시대 예술사조의 빠른 변화는 창작자의 감각을 예민하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을 보는 것만 도 현기증이 나고 거기에 대처하기에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의 예술 이상을 지속하기 위한 흔적들은 계속 쌓여갑니다. 붓다는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니 형상이 형상 아님을 알 때 곧 진여를 볼 수 있다.’라고 했죠. 형상 아님을 알아차려 「참나」를 찾아야겠습니다. 예무지경(藝無止境)입니다. 선학 후배들의 질정(叱正)을 바랍니다.”

이번 전시는 장소부터 특별하다. 지난 20세기 한국화단의 종사(宗師) 월전 장우성 선생의 예혼(藝魂)이 서린 ‘한벽원’이다. 전시회의 공식 명칭은 '월전미술문화재단 지원작가 초대전'이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죠. 선생님의 유업(遺業)의 혜택이 제게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선생님의 예덕(藝德)을 우러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전시를 초대해주신 장학구 관장님을 비롯한 미술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대표 저서 ​​​​​​​'선종사상과 시각예술'.
대표 저서 '선종사상과 시각예술'.

김대열 작가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국립 대만사범대학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뒤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미술사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술창작과 학술연구를 겸하면서 지금까지 20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300여 차례의 국내외 크고 작은 단체전에 참여했다. 《선종사상과 시각예술》, 수묵화 출현과 선종의 영향》 등 5권의 첵을 펴냈고, 5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중국 남개대학 객좌 교수이다.

초대일시: 11월 9일(목) 오후 5시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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