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련사 예수재 홑소리의 연행과 특징⑥

 

<헌좌게>는 징점에 맞추어 부르는 홑소리로, 3소박 기준 불규칙박자이다. 출현음은 mi·sol·la·do’·re’의 5음으로, mi와 la를 요성하고, 하행 시에는 sol을 쓰고 상행 시에는 sol이 출현하지 않는 전형적인 메나리토리1)이다, 송암과 상진의 <헌좌게>에서는 이와 같은 음악적 요소들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다만, 송암의 경우 ‘묘보리좌승장엄’ 7자를 온전히 불렀지만, 상진의 경우 뒷 4글자 ‘좌승장엄’을 쓸어서 불렀다. 때문에 소요시간을 살펴보면, 송암이 1분 3초, 상진이 25초로 현격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실제 재 연행의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변통으로 보인다. 실음을 살펴보면 송암은 do=C#, 상진은 do=C으로 <다게>와 동일한 반음 차이이다. 결국 일부 글자를 짓고 쓸고의 차이는 있지만, 두 가창자의 <헌좌게> 선율은 일치한다.

3) 가영

<가영>은 <청사> 및 <향화청>과 짝이 되는 악곡으로, 초청된 대상을 찬탄하는 시이다. 통상 대상을 부르는 <청사>, 초청된 대상을 찬탄하는 <가영>과 <향화청> 및 <고아게>(고혼의 경우는 <향연청>), 마련된 자리에 모시는 <헌좌게>와 <헌좌진언>, 좌정 이후 가장 먼저 올리는 공양인 <다게>는 소청(召請)의 기본 공식이다. 따라서 초대되는 대상만큼 <가영>도 함께 구성하며, 역설적으로 소리를 짓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상에 따라 가사도 다양한데, 모두 7언 4구의 운문 형식이다.

상진은 2018년 중양절예수재 신중작법에서 홑소리 <가영>을 불렀는데, 송암의 경우 동일한 가사의 소리를 찾을 수 없어 영산작법 중 <관음청>에 따른 <가영>2)을 살펴보겠다. 송암의 가사는 ‘1구-일엽홍련재해중 2구-벽파심처현신통 3구-작야보타관자재 4구-금일강부도량중’이고, 상진의 가사는 ‘1구-옹호성중만허공 2구-도재호광일도중 3구-신주불여상옹호 4구-봉행경전영유통’이다. 1구는 3구와 동일한 선율이며, 4구는 2구의 선율을 조금 변형하여 부른다. 따라서 1·2·4구의 선율을 살펴보겠다.

[악보 5] 송암 <가영> 제1·2·4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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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6] 상진 <가영> 제1·2·4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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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은 징의 신호로 시작하고 마치는 홑소리로, 3소박을 기본으로 하는 불규칙 박자이다. sol·la·do·re’·mi’까지 5음을 주로 쓰는데, sol과 do’를 주로 요성하고, la·sol·la 또는 la·do’·la·sol과 같은 시김이 자주 등장하며, sol로 종지하는 것으로 보아 경토리로 판단된다. 다만, <다게>, <헌좌게> 등 앞서 살펴본 메나리토리 악곡과 동일한 선율이 부분적으로 섞여 있어, 메나리토리가 혼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3). 이와 같은 특징은 두 창자의 <가영>에서 모두 나타난다.

실음을 살펴보면, 송암은 do=A, 상진은 do=G으로 장2도 차이이다. 제1·2구의 소요시간을 살펴보면, 송암이 56초, 상진이 42초로, 상진의 소리가 좀 더 빨랐다. 그러나 전체 악곡의 소요시간을 살펴보면, 송암이 1분 27초, 상진이 1분 33초로 상진이 오히려 느리다. 또 제4구의 시작부분을 살펴보면 re’음을 장인하다가 fa’로 단3도 상행하는데, 이는 re’음을 la음으로 완전 4도 이조한 것이다. 따라서 re’-fa‘의 진행이 la-do’가 되는데, 이 지점 역시 두 가창자가 일치한다.

4) 대비주

<대비주>는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가사로 부르는 홑소리이다. 관자재보살을 찬탄하는 내용인데, 이 때문에 관자재보살을 수식하는 관용구, ‘대비심(大悲心)’의 주문이라는 뜻으로 짧게 ‘대비주’라고도 한다. 통상 쇄수·결계 의식에서 관자재보살을 청하여 도량 또는 영가를 정화할 때 많이 부른다. ‘천수바라무’가 수반되는데, 이 때문에 무용의 작품명이 악곡명인 것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가사는 진언(眞言) 443자이고, 모든 절차에서 동일하다.

유사한 선율이 계속 반복되기에 송암4)과 상진의 도입부분을 살펴보겠다.

[악보 7] 송암 <대비주> 도입부

[악보 8] 상진 <대비주> 도입부

<대비주>는 규칙적인 징 반주에 맞추어 흥겹게 부른다. 악보 음표 위 작은 부호는 징 점을 표시한 것이다5). 징의 지속적인 반주가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3소박이 지속되지만, 가사가 불규칙해서 박자는 성립하지 않는다. mi·sol·la·do’·re’·mi‘의 6음이 출현하며, 대부분의 음이 고루 쓰인다. 송암의 소리 2행 끝 ’사다바야‘와 같이 몇 단어가 sol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la로 최종 종지하며, la·sol·mi·la-의 선율진행이 매우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아 메나리토리6)로 판단된다.

송암과 상진의 <대비주>는 매우 흡사하다. 일부 가사붙임이 다를 뿐, 선율진행이 거의 동일하다. 다만, 송암의 경우 ♪♩의 리듬이 자주 보이고, 상진의 경우 ♩♪의 리듬을 자주 사용하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실음을 살펴보면, 송암은 do=C, 상진은 do=C#으로 반음 차이이다. 앞선 세 곡의 실음을 살펴본 결과 송암의 것이 더 높았던 것을 고려할 때, 상진 <대비주>가 다른 곡에 비해 고조된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악곡의 소요시간을 살펴보면, 송암이 5분 4초, 상진이 4분 48초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숨자리까지 두 가창자가 대부분 일치하는 것을 보면, 두 어장의 학습 계통이 매우 밀접한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앞서 송암과 상진의 <다게>, <헌좌게>, <가영>, <대비주> 네 곡을 음악적으로 살펴보았다. 반주악기, 박자구조, 주요 출현음, 음조직, 종지음은 두 창자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만, 시김새와 실음, 속도 등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게>에서 송암은 고음부의 시김새를 자주 활용한 반면, 상진은 하행진행을 자주 썼다. 실음은 대부분 송암이 반음~온음 높은 편이며, <대비주>에서만 상진이 송암보다 반음을 높이 불렀다. 빠르기는 <다게>를 제외한 세 곡에서 상진이 미미하게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느린 <다게>에서 다른 곡과 달리 상진이 더 길게 소리를 한 점은 주목되는 요소이다. 이처럼 일부 요소에서 작은 차이점을 발견하였으나, 음의 진행은 대동소이하다. 특히 이조 구간과 숨자리의 일치 등은 두 어장이 동일한 계통에서 수학하였음을 확언할 수 있는 지점이다.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

【각주】
1)  윤소희는 2018년 9월 8일 독설판예수재 회향식에서 부른 시련 <헌좌게>를 분석한 바 있으나, 음계가 아닌 연행형태만 언급하였다. 윤소희, 「청련사 생전예수시왕생칠재의 범맥과 예술적 세계」, 2019년 청련사 학술세미나(2019), pp.124~125. 
2) 박송암, 앞의 음원, CD9(영산재) 7번째 음원.
3) 장휘주는 앞의 논문(2009)에서 박송암의 <가영>을 경토리로, 같은 가영성인 박송암의 <배헌해탈향>과 <배헌보리과>, <배헌감로다>, <배헌선열미>를 경토리와 메나리토리가 혼재된 악곡으로 분석한 바 있다.
4) 박송암, 앞의 음원, CD2(상주권공제) 2번째 음원.
5) 부호(⊗)는 막아서 내는 징점, 부호(○)는 열어서내는 징점이다. 큰 부호(◯, ⊗)는 4분음표(♩) 길이이고, 작은 부호(◦, ⊗)는 팔분음표(♪) 길이를 표시한 것이다. ‘◦◯’는 ‘♪♩’이고, ‘◯◦’는 ‘♩♪·’를 의미한다.    
6) 손인애는 관련 글(경산제 불교음악Ⅰ)에서 박송암 창의 <대비주>와 김용운 창의 <대비주>를 메나리토리로 결론지은 바 있다.

한편 같은 선율군에 속한 <대비주>와 <사다라니>·<보공양진언>·<보회향진언>은 동일한 연행형태이지만, 음조직은 같지 않다. 양영진, 위의 논문, p.85.

손인애는 앞의 책(2013)에서 사다라니성의 세 곡 <사다리니>, <보회향진언>, <보공양진언>을 모두 수심가토리로 보았다. 차형석은 「<사다라니>의 음악적 연구」, 한국음악연구 제48집(한국국악학회, 2010)에서 경토리와 수심가토리가 혼재된 양상으로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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