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3호(2014년 6월 5일자) 사설

종단 내외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종단 청문회’가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청문회에서는 종단부채의 발생 원인과 그 과정에서의 적법성, 귀책사유 등을 다루었고, 아울러 종찰(宗刹) 매각의 적법성과 그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또한 종립 교육기관인 동방불교대학의 부실화된 원인, 그리고 동방대학원대학교 문제도 다루어졌다.
이미 우리종단은 40억 원에 가까운 종단부채로 말미암아 대표적 종찰인 용궁사는 물론 총무원사가 압류되어 경매 개시되었는가 하면, 총무원 통장을 압류당한지 두해를 넘기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방안은커녕 일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사람들조차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청문회는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자 열린 것이다.
그동안 종단부채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 2012년 박인공 총무원장 시절에 중앙종회가 주도해 모든 증빙자료에 의해 조사가 진행됐는데도 당시 총무원장은 일방적인 조사라며 수용을 거부했고, 심지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던 위원에게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며 고소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뒤 인공 전 총무원장은 무리한 소송이라는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패소하였고, 기한이익이 상실되어 종단부채는 연리 20%의 고리로 인해 원금에 가까운 이자가 붙었는가 하면, 그 소송비용만도 1억 원에 이르고 있다.
자세한 보고서와 백서가 나와야 확정되겠지만 이번 ‘종단 청문회’가 다루었던 사안은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조사된 일이어서 귀책사유에 대한 결론은 명확할 것이다. 다만 그동안은 책임져야할 당사자들이 종권을 틀어쥐고 사실을 왜곡하여 책임을 회피해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답답한 지경이었지만 이제 종권이 바뀐 상황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근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책임 당사자들을 추궁한 결과 많은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도법사를 교회에 매각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총무원장을 비롯한 소임자들은 “매수한 사람이 교회장로의 부인일 뿐 결코 교회에 팔아넘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모든 정황증거를 대며 추궁한 결과 결국 “종찰을 교회에 매각했다하면 종도들의 여론이 무서워서 개인과의 거래로 위장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또, 종단 부채의 원인이 봉원사의 무리한 납골당 추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도 인정하였다. 그리고 현재 유골의 봉안장소에 대해서는 앞으로 ‘문제’가 될 것임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위조되고 사용된 문서들에 대한 책임과 사회법적인 처리까지 수많은 사안들이 확인되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벌써 일부 세력들은 종단의 화합을 위해 정도껏 하고 마무리하자는 말들을 하고 있고 심지어는 종단의 집행부가 퇴진해야 한다는 괴문서까지 유포시키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화합은 원칙과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용서와 덮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종권을 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독단으로 종도들의 명예와 재산을 농단한 이들을 화해라는 이름으로 용서한다면 이러한 일은 끊임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종단개혁과 책임자 문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종도들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현 총무원장은 음해나 회유, 협박에 절대 흔들리지 말고 이번 청문회의 결과에 따라서 가진바 권한을 엄정하게 집행하여 책임자 처벌과 채권 확보 등을 통해 종단의 위기를 이겨나가야 할 것이고, 용서와 화합은 그 뒤의 일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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