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26~27조

여법한 옷의 분배를 배제하면 바일제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26조는 시승의작방난계(施僧衣作妨難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가나의 취득을 방해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에서 조금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바로 ‘가나(gaṇa))’이다.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 선생의 주장에 따르면 불교 교단의 초기에는 당시의 관례에 따라 상가(Saṃha, 僧伽)와 가나(gaṇa)를 동시에 사용했을 것이고 교단의 확장과 함께 율(律)이 확립될 무렵 상가는 정확하게 조건에 들어맞는 비구(혹은 비구니) 단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을 것이고 가나는 그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단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상가는 4인 이상의 비구나 비구니로 구성되어야 하고 지역적 한계인 시마를 정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나, 가나는 2~3명으로 집단이 이루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상가와 가나가 혼용되고 있었던 증거는 초기경전에서도 확인이 된다. 《사문과경(沙門果經)》으로 한역된 《디가니까야(Dīghanikāya)》의 <사마나팔라 숫따(Sāmaññaphala Sutta)>에는 마가다국의 아자따삿뚜왕이 달빛 좋은 밤에 사문이나 바라문을 친견하여 깨끗한 믿음을 갖고자 할 때 대신들이 육사외도(六師外道)를 추천하면서 “그는 승가를 가졌고 무리(가나)를 가졌고 무리의 스승이며…”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참된 제사의 길을 제시하는 《디가니까야》의 <꾸따단따 숫따(Kūṭadanta Sutta)>에서는 “참으로 사문 고따마께서는 승가를 이끌고 무리(가나)를 이끌며 무리의 스승이시니…”라는 표현은 정형구로서 불교 교단 초기에 상가와 가나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상가와 가나는 불교 교단이 탄생되기 이전부터 인도 사회 전반에 널리 쓰이던 용어였던 것이다.

복잡한 설명은 제쳐두고 본 조문은 재가자가 승가 혹은 가나에 어떤 물건을 시주하고자 할 때 그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27조는 차여법의분배계(遮如法衣分配戒)로 승가에 보시된 옷을 법도에 맞게 여법하게 분배하고자 하는 것을 막으면 안 되는 계율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여법한 옷의 분배를 배제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비구니 승가가 재가자에게 비시의(非時衣)를 보시 받아 그 옷을 분배하고자 하였다. 그때 그 비구니 승가에서 영향력이 있었던 투란난타 비구니의 제자가 외출 중이어서 투란난타가 옷을 나눠주는 것을 방해한 것을 인연담으로 제정되었다.

비시의(非時衣)와 시의(時衣)에 대해서는 간략하나마 비시의작시의계(非時衣作時衣戒)에서 언급하였기에 생략하며 안거 중이 아닌 때 옷을 보시 받았기에 승가에서 옷을 나눠 줄 당시에 시마(결계) 밖으로 출타해 현전승가에 없으면 옷을 분배받을 수 없다. 그런데 투란난타 비구니가 승가(결계) 내에 부재중인 비구니가 많고 자신의 제자가 없다는 이유로 그 분배를 방해한 것이었다.

한편 생각하면 수행 생활의 중요한 물품 중 하나인 옷이 자신의 제자나 아끼는 사람에게 분배되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시물의 분배를 위한 날짜를 미리 알려주는 공지 시스템도 없었던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법하고 여법하게 개최된 승가의 회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본 조문의 요지라 할 수 있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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