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저술은 ‘조론연구, 조론오가해’ 전6권
12월 23일 '불교평론' 세미나실서 시상식

조병활 박사.
조병활 박사.

 

〈불교평론〉이 한국불교학의 태두 뇌허 김동화박사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매년 뛰어난 연구성과를 낸 불교학자를 상찬하기 위해 제정한 2023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전 성철사상연구원장 조병활 박사가 선정됐다.

조병활 박사가 올해 3월에 펴낸 《조론선집(肇論善集)》전6권.
조병활 박사가 올해 3월에 펴낸 《조론선집(肇論善集)》전6권.

 

수상저술은 『조론선집(肇論善集)』(전6권)으로 수상자에게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2월 2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다음은 뇌허불교학술상 심사위원회 심사평과 조병활 박사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2023년도 불교평론 뇌허학술상 심사평

올해 심사위원회가 주목한 도서 가운데는 공교롭게도 여러 권으로 구성된 출판물이 많았다. 우선 심사위원회는 대상저술을 한꺼번에 연작으로 출판하는 저자들의 역량에 압도되었음을 숨길 수 없다. 필생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작들 사이에서 그 업적의 경중을 비교하기란 애당초 난감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누가 수상을 하게 되든지 간에, 모든 저작들의 학문적 열성과 그 결실이라는 점에서 심사대상에 오른 연구자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금년도 수상작은 승조(僧肇, 384-414)의 저술인 『조론』에 대한 연구와 그 역주서(譯註書)들을 묶은 조병활 박사의 『조론연구, 조론오가해』(全 6권)이다. 승조는 중국의 후진(後秦)시대에 국사(國師)로 추앙받은 구마라집(鳩摩羅什)의 수제자로서 역경(譯經)에 참여했고 당시 중국불교에 특히 대승교의(大乘敎義)를 정립한 인물이다. 위의 총 6권 중 제1권 『조론연구』는 원저자 승조에 대한 연구 및 『조론』을 구성하는 부진공론(不眞空論) ·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 ·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 등의 역주서이다. 제2~6권 『조론오가해』는 중국의 진(陳) 당(唐) 송(宋) 원(元) 명(明)의 5대에 걸친 대표적 주석서들[肇論疏 · 肇論新疏 등]을 번역하고 해제한 것이다.

알려져 있듯이 『조론』은 예로부터 중국불교가 대승을 이해하는 수준을 보여준 심오한 저작이다. 명말청초(明末淸初)의 고승인 지욱(智旭) 스님은 승조야말로 인도의 용수와 세친에 비견되는 중국의 사상가로 지목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중국불교에서는 『조론』에 대한 주석서들이 여러 권 간행되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조론』에 대한 번역이나 연구가 적었다. 깊고 오랜 학문적 천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상자는 바로 이 점에서 우리 학계의 아쉬움을 달래줄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조병활 박사는 『조론』의 공사상을 상세한 주석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여러 판본을 엄밀하게 대조해서 정오를 바로잡는 한편 각 권에 매우 상세한 해제(解題)를 덧붙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충분히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계에 조론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평가된다.

심사위원회는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낸 조병활 박사의 『조론연구』를 2023년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축하와 함께 좋은 수상자를 배출한 기쁨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2023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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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불교평론 뇌허학술상 수상 소감

조병활

 

후진(後秦, 384-417)의 승조(僧肇, 384-414) 스님이 20대 중·후반에 지은 물불천론物不遷論, 부진공론不眞空論,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등 네 편의 글을 묶은 책이 조론肇論이다. 위진남북조시대 이래 시대마다 조론을 주석한 책이 반드시 출간됐다는 사실만 봐도 중국불교 사상사에서 조론이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나라 혜달惠達 스님의 조론소肇論疏, 당나라 원강元康 스님의 조론소肇論疏, 북송의 정원(淨源, 1011-1088) 스님이 집해集解조론중오집해肇論中吳集解, 원나라의 문재(文才, 1241-1302) 스님의 조론신소肇論新疏, 명나라의 감산(憨山, 1546-1623)조론략주肇論略注등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조론해설서이자 그 자체로도 주목받는 저서들이다. 다섯 권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 조론오가해肇論五家解이며 조론의 사상과 내용을 분석한 논문을 모은 것이 조론연구이다.

역주자는 조론조론오가해번역자의 관점이 아니라 저자가 중시한 사상의 입장에서 번역할 것, 조론연구에서 쟁점인 사안들에 대해 반드시 논문으로 분석할 것, 조론조론오가해에 인용된 경전과 중국 고전의 원문을 반드시 확인할 것, 조론조론오가해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와 단어들에 대해 가능하다면 상세한 각주를 달 것, 중국의 역사 및 당시의 시대적 맥락 등과 연계·설명한 해제각 책의 앞부분에 반드시 붙일 것 등을 원칙으로 삼아 조론조론오가해를 우리말로 옮겼고 조론연구를 펴냈다.

조론연구조론오가해가 출간된 지금은 중론오가해中論五家解번역에 힘을 쏟고 있다. 용수龍樹 논사의 중론이 등장한 이래 다른 견지에서 중론을 해설한 몇 종류의 주석서들이 인도에서 나왔다. 귀류적인歸謬的인 방식으로 중론을 해석한 불호 논사의 불호주佛護注와 월칭 논사의 입중론入中論, 자립논증自立論證의 방식으로 중론을 설명한 청변 논사의 반야등론般若燈論중관심론中觀心論, 유식과 중관을 결합해 중론을 주석한 적호 논사의 중관장엄론中觀莊嚴論과 연화계 논사의 중관광명론中觀光明論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티베트어로 번역되었고 현존한다. 불교평론뇌허학술상 심사위원회가 여러모로 부족한 조론연구·조론오가해를 수상작으로 선정해 주신 점에 감사드리며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와 채찍으로 여기고 중론오가해번역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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