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한주영

연휴가 길었던 한가위가 지나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듯이 한가위는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때입니다.

풍요로움의 원천은 감사함에서 나옵니다. 감사함이 없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마음의 풍요는 오지 않습니다. 오늘날 과거에 비해 풍요러워졌음에도 사람들이 마음에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상품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삭제되고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로 전환되어 인간적인 정이나 감사함, 사랑과 같은 정서적인 것을 사라져버립니다. 이로 인해 인간성 상실, 고독, 결핍감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자연에 내재 된 신성함을 빼앗아 자연을 단지 물질로만 바라보고 개발해서 이익을 낼 자원으로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중심주의는 자연을 파괴하고 지금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낳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소욕지족(少欲知足)하라고 하셨습니다. 소욕지족은 자본주의 시대에 만연한 소비주의에 저항하는 버팀목이자 만족에서 오는 마음의 풍요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소욕지족은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구입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결핍감을 느끼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는 소비주의 삶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산업 경제 체제는 끊임없는 성장을 위해 자연을 피괴하고 지구의 순환시스템을 망가뜨려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구온난화는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2015년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참여하는 파리기후협약을 하고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 노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5년 주기로 국가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2030 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2021년 12월 유엔에 제출하였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후 1,1도 상승했으며 기온상승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열화라고 말합니다. 지구가열화로 전세계는 폭염과 폭우, 산불 등으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1.5도 상승을 막기까지 이제 채 6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 안에 우리는 온실가스를 감축을 위해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석유나 석탄같은 화석연료 대신 바람과 햇빛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량생산 대량소비하는 성장주의 경제시스템 하에서 에너지 전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경제시스템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던 잘못을 참회하고 인간도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무수한 생물종 가운데 하나이며 생물다양성이 무너지고 지구의 순환시스템이 붕괴되면 인간도 살아갈 수 없다는 분명한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불교는 소욕지족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단지 개인적인 삶의 태도를 넘어 기후위기를 극복할 사회적 가치로 확신시키고 사회제도화 하는데 힘을 써야 합니다. 또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부처님의 연기사상을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제공하고 이를 더욱 확산시키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단지 아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불자들은 부처님의 소욕지족과 연기의 가르침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사찰에서는 물론 각 가정과 일터에서 실천하고 나아가 국가와 지자체와 기업이 받아 안을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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