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원 교수가 펴낸 인문 고전 에세이

‘병듦에 대하여’ 구절 읽으며 전율 일어

K Classic 한국학 콘텐츠 보급에 진력

 

석보상절, 훈민정음 조선 대장경의 길을 열다

정진원 지음

우리출판사

18,000원

 

 

 

 

《석보상절(釋譜詳節)》은 세종의 명으로 수양대군(首陽大君, 뒤의 세조)이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주요 설법을 한글로 번역해 훈민정음 반포 이듬해인 1447년 24권으로 편찬한 최초의 번역 불경이다. ‘석보’는 석가모니의 전기(傳記)를 의미하고, ‘상절’은 종요로운 내용은 자세히〔詳〕 쓰고, 그렇지 않은 내용은 줄여서〔節〕 쓴다는 뜻이다.

이와 짝을 이루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한글로 표기된 장편 불교서사시이다. ‘월인천강지곡’이라는 말은 ‘부처가 백억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교화를 베푸는 것이 마치 달이 즈믄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석보상절》이 완성되자 세종이 이에 부합하여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시의 형식으로 읊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인석보(月印釋譜)》는 세조가 세종의 「월인천강지곡」과 자신이 지은 《석보상절》을 합편해 1459년에 간행한 불교서이다. 불경의 ‘강설+게송’의 형식을 따르자면 제목이 ‘석보+월인’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책에 실린 '사문유관' 관련 그림.
책에 실린 '사문유관' 관련 그림.

 

석보상절, 훈민정음 조선 대장경의 길을 열다는 훈민정음으로 만든 첫 산문책이자 부처의 일대기를 엮은 《석보상절》의 내용과 그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석보상절》 1권과 2권에 해당하는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조계종출판사)와 《월인석보, 그대 이름은 한글대장경》(박이정)을 이미 출간했다. 이번 책은 그 뒤를 잇는 이야기로 현존하지 않는 《월인석보》 3권 대신 《석보상절》 제3권을 풀어낸 것이다. 《석보상절》 제3권은 싯달타 태자가 태어난 뒤 정반왕이 관상가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해, 사문유관과 6년 고행, 마지막 성도를 위해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진원 교수가 기자간담회에서 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정진원 교수가 기자간담회에서 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제3권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사대문 밖 이야기 중 ‘병듦에 대하여’(133~137쪽)를 꼽았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자는 “내가 40대 초반일 때 내 어머니는 그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한국형 당뇨’라는 병에 걸려 결국은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면서 “나는 당시 한 자 한자 사경하는 마음으로 이 구절을 읽으며 그야말로 전율이 일었다. 인간이 병드는 원인을 이렇게 단순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또 “《석보상절》은 지금 읽어 보아도 흠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완전무결한 경지의 책이다”라며, “세종과 수양대군이 천재임을 전적으로 인정하지만 한 천재의 역량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24권 대작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정독하면 할수록 이것은 오랫동안 숙련된 집단 지성의 힘으로 이룩한 역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저자는 홍익대에서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를 주제로 문학박사, 동국대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튀르기예(터키) 국립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훈민정음 경전과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봉선사불교대학을 비롯해 국내외 강의와 글쓰기에 전념하며, K Classic 한국학 콘텐츠 보급에 진력하고 있다.

-최승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