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21~22조

우욕의나 수욕의를 입고 목욕해야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21조부터 제30조까지는 나형품(裸形品)이다. 먼저 제21조 나신목욕계(裸身沐浴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나신(裸身)으로 목욕하면 바일제이다.”

비구니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목욕을 하면 바일제를 범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실 인도에서 마음 놓고 목욕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비구계 사타법 제24조에서 살펴보았듯이 인도에서는 약 3개월 정도의 우기(雨期)에만 물 걱정 없이 목욕다운 목욕을 할 수 있었고 목욕을 할 때 입는 옷이 우욕의(雨浴衣)라 하는데 옷감을 가사색으로 염색하고 기워서 만든 한 장의 천에 불과하다.

본 조문이 우욕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비구계에서 육군비구들이 벌거벗은 채 목욕을 한 일로 사타법 제24조가 제정된 것을 고려해 본다면 비구나 비구니가 나신으로 목욕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구나 비구니가 목욕할 때 입는 우욕의와 수욕의(水浴衣)에 관해서 여성 최초의 장로 위사카와 그녀의 8대원을 빼놓을 수는 없다. 위사카는 불교 승가에 녹자모강당을 보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녀가 부처님과 승가에 공양을 올리고 나서 부처님께서 여덟 가지의 원을 말씀드렸다. 첫째, 목숨이 다할 때까지 승가에 우욕의를 보시하는 것. 둘째, 객(客)비구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것. 셋째, 원행(遠行)비구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것. 넷째, 병(病)비구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것. 다섯째, 간병(看病)비구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것. 여섯째, 병약(病藥)을 보시하는 것. 일곱째, 항상 죽(粥)을 보시하는 것. 여덟째, 비구니 스님에게 수욕의(水浴衣)을 보시하는 것이다.

위사카의 8대원 중 첫 번째가 승가에 우욕의를 보시하는 것이고 마지막 여덟 번째가 비구니에게 수욕의를 보시하는 것인데 목욕할 때 입는 옷을 굳이 우욕의(vassikasātikā)와 수욕의(udakasāṭikā)로 구분한 이유는 비구들은 비가 올 때 비를 맞으며 목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우욕의라고 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비구니는 그렇게 목욕을 하지는 않고 강이나 하천 등에서 목욕을 했기에 수욕의라고 불렀던 것 같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21조에서 나신으로 목욕하는 것을 금하고 제22조 과대수욕의계(過大水浴衣戒)는 위에서 말한 수욕의의 양을 규정하는 계율로서 조문은 다음과 같다.

“만약 비구니가 수욕의를 만들 때는 양에 따라서 만들어야 한다. 그 양이란 길이는 불걸수(佛搩手)로 4걸수, 폭은 불걸수로 2걸수이다. 그것을 초과하면 절단하고 바일제이다.”

빨리어 율장에 의하면 비구가 피부병에 걸렸을 때 입는 옷인 복창의(覆瘡衣)와 우욕의 규정에 관한 비구 바일제법 제90조와 제91조에서 복창의는 불걸수로 4걸수, 폭은 2걸수이며, 우욕의는 불걸수로 6걸수, 폭은 2걸수 반으로 정했다. 복창의는 배꼽 아래부터 무릎 위까지 덮는 규격이며, 우욕의는 하반신을 가리는 정도의 규격이다.

얼핏 생각을 해봐도 비구보다는 비구니의 목욕옷이 더 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이 되지만 왜 그렇게 제정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필자 개인적인 판단으로 비를 맞으면서 선 상태에서 목욕을 할 때 입는 우욕의가 물에 들어간 상태에서 목욕을 할 때 입는 수욕의보다 커야 합리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 해볼 뿐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