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서 내년 1월 31일까지

개관 20주년 기념…한·중·일 작품 70여 점 공개

한선학 관장 “지속발전 가능성 높이는 계기 돼야”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이 전시회를 설명하고 있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이 전시회를 설명하고 있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인쇄문화의 꽃–동 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이 9월 22일 개막해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6,000여 점 중 고서, 고판목, 대형 고판화 등 7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특히 웅장한 크기의 대형 고판화와 고판목 70여 점도 함께 전시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2023년 문화재청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전문가와 시민과 학생들에게 고판화의 아름다움과 미래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디자인적인 특성을 보급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전시는 동아시아 고판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장르별로 1부 삽화판화, 2부 예술판화, 3부 문양판화로 나뉘어 진행된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152호 《불설아미타경》 등 총 7건의 도지정문화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베트남 고판화 명품 70여 점이 출품된다.

한국-오륜행실도 판목 상자.
한국-오륜행실도 판목 상자.

 

1부 삽화판화에서는 도교 판화의 압권인 ‘옥추보경’ 등 강원도 지정문화재 7건을 비롯해 조선시대 최고의 판화인 ‘오륜행실도’ 목판, 원주의 대표적인 인물로 고구마를 가져온 조엄(趙曮, 1719~1777)이 그려진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전적류기 들어 있다. 또한 세계적인 명품인 명나라 성화 13년(1477년) 황실 내부각본인 ‘불정심다라니경’,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인 고판화의 경지를 보여주는 ‘목련경’, 청나라 강희 황제 때 발간된 초간본에 가까운 ‘개자원화보’를 비롯해, ‘고씨화보’, ‘당시화보’, ‘시여화보’ 등 조선시대 화가들과 선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였던 다양한 화보들과 ‘남송지전’, ‘서상기’ 등 명 시대 최고의 고판화인 소설, 희곡 삽화를 감상할 수 있는 주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중국 판화-홍루몽.
중국 판화-홍루몽.

 

2부 예술판화에서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꼽히는 한국 ‘치성광여래도’, 중국 금릉각경처가 판각한 ‘관음보살도’ 대형 판화,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일본의 ‘오백나한도’ 대형 목판화 등의 불화판화를 비롯해 토요토미 히데요시 문장이 새겨진 ‘관경만다라 채색판화’ 등 다양한 대형 종교판화를 볼 수 있다. 또 채색 ‘화조도’ 까치와 호랑이 주사 목판과 인출판화 등 한국의 민화 판화, 연행을 다녀오는 조선 사신들이 중국 유리창에서 소중하게 구입해, 사랑방 벽면을 장식하거나, 아름다운 병품으로 꾸며 장식용으로 사용하였던 ‘화조’, ‘초충도 년화판화’들과 새롭게 수집한 세계적인 중국 소주 도화오 ‘복’자 문자도를 비롯해, 천진 양류청 년화의 백미인 ‘홍루몽’ 대형 년화도 처음으로 소개된다. 고흐가 사랑했던 히로시게 ‘동해도 53차 대형 병풍’, 호코사이의 ‘후지산 36경’ 등 일본 우키요에 판화들도 주목해야 할 작품들로 꼽힌다.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된 지도판화인 ‘금강산사대찰전도’, 티베트의 ‘라싸전경도’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이다.

일본-안중근 이토히로부미 저격 석판화.
일본-안중근 이토히로부미 저격 석판화.

 

3부 문양판화에서는 옛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 아름다운 멋을 실천했던 조선시대 능화판을 비롯해, 조선 선비들이 사랑했던 청나라 시전지, 자신이 직접 새겨 사용하였던 조선의 시전지, 조선과 청나라의 문자도 판화 등이 소개된다.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1,000여 년 전부터 20세기 초까지 망라된 동아시아의 고판화의 주요 흐름을 풀어내고자 했다”며 “개관한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국립민속박물관, 청주 고인쇄박물관, 부산 학생문화예술회관,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일본 도쿄 국립국문학연구자료관, 중국 소주공예미술대학 등 국내외에서 60여 차례 실시된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특별전을 총 결산하는 전시회”라고 강조했다.

보물 지정 신청돼 문화재청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동학 태극기 목판'.
보물 지정 신청돼 문화재청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동학 태극기 목판'.

 

이번 전시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4차에 걸쳐 개최되고 있는 원주세계고판화문화제의 메인 전시회다. 9월 22일과 23일에는 세계적인 고판화학자인 중국 조우신혜 선생(전 북경수도도서관 부관장)을 비롯해, 중국년화 전문가인 천진미술대학의 장엔문 교수, 중국연화연구의 중심인 천진대학의 당라 교수, 싱리 인쇄박물관장, 일본의 국문학연구자료관 부관장인 이리쿠치 교수, 가네코 교수, 한국근대판화전문가인 하타야마 선생, 베트남미술대학의 짱 타잉히엔 교수, 한국 고판화전문가인 박도화 박사, 대구대 박광헌 교수 등이 참여해 한국고판화박물관의 소장품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한선학 관장은 고판화박물관의 주요한 성과로 강원도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해 보물 지정 신청된 ‘고려문집 제정집’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학 태극기 목판’ 등 2건이 문화재청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점을 들었다. 또한 지난 8월 17일 북경시 문물국에서 운영하는 엔산출판사와 한국고판화박물관장품집 8권대형전집 발간 계약체결 건을 꼽으며, 이를 통해 고판화박물관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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