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 사무총장.
이용성 사무총장.

 

이용성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 사무총장

2023년 9월 28일이면 공식적으로 풍경소리 활동을 시작한 지 만 24년이 되는 날이다. 어쩌다 보니 개인적으로 9월 28일 하고 여러 인연이 있는데 그 중에도 1983년 9월 28일이 입대일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에서 학생운동(학내활동도 있었지만 대학생불교연합회 임원)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징집당한 날이다. 세월이 흘러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징집피해자로 인정받긴 했어도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고통스런 날로 기록되었다. 16년이 흘러 그날이 또 인생의 변환점이 된 기념일이 되었다.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의 창립은 나름 불교계에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대중포교라는 이름과 구호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중공간에서 대놓고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일이 없었던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교계의 여러분들이 보내준 관심과 기대 속에 24년이 흘러왔다. 실험적인 이벤트(봉축열차, 불교문화체험전)들도 기획하여 개최하고, 풍경소리 자원활동가들의 모임(포교위원회)이 이루어졌을 때 함께 실천하고자 하는 일들(군부대 법회, 나눔운동)도 역량껏 진행해 왔다. 그래도 여전히 그 중심을 이루는 건 지하철과 철도에 걸린 법음을 전하는 풍경소리 게시판이다. 1999년 9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는 게시판 숫자가 2,400여 개다. 전국의 지하철과 철도에 설치되어 있다. 지금은 게시판 숫자보다는 24년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에 더 점수를 받는 것 같기는 하다.

1년 전 한가지 원을 세웠다. 세월이 오래되어 낡은 풍경소리 게시판을 새것으로 갈아붙여야겠다는 것이다. 대표 스님과 임원들과 상의해 불사를 하기로 했다. 모두 알듯이 풍경소리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2년 동안 모연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한 달에 100개씩 2년 동안 하면 된다고 계획했다. 1년이 흘렀다. 거의 목표치인 전체 게시판의 반 정도를 교체하고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나머지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불자님들이 동참해 주셨고 여러 스님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계신다.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만나고 있다. 불보살의 가피에 가슴이 벅차다.

내년 상반기 중에 불사를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불사야 인연 따라 되는 것이긴 하지만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생각을 또 하고 말았다. 풍경소리 게시판 교체가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이라면 소프트웨어도 시대에 맞아야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포교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래서 그들이 생활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고, 그렇게 모여서 세상이 변화하는 것이다. 대중의 필요에 부처님의 마음으로 다가설 때가 포교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감동 없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감동을 주는 불교, 생활의 이야기를 같이하는 불교, 나의 아픔을 같이하는 불교가 되어야 사람들은 부처님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을까.

풍경소리는 매우 중요한 포교매체라고 자부한다. 하루 유동 인원 1,000만의 지하철과 철도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짧은 글로 게시하여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한다는 것,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2달에 한 번씩 바뀌는 메시지이지만 곱씹어도 새록새록 감동이 있는 이야기라면 게시된 시간이 무슨 상관이겠냐는 생각도 해 본다.

지난 24년 동안 풍경소리에 게재된 글들을 다시 뒤적여 보았다. 좋은 글들도 있고, 이제 보니 부족한 글도 보인다. 전화로 감동을 전달받은 글들도 많이 보인다. 그때의 가슴 뿌듯함도 되새겨 본다. 최근 글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진신사리

평생 쪽방에서 살던 중국집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고아였던 그는 도와주던 고아들 명단과/ 장기기증 서약서를 남겼습니다.

홍사성 편집위원장의 글이다. 2011년 9월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다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 김우수씨의 이야기를 ‘진신사리’란 제목의 짧은 글로 써냈다. 우리 현실 이야기에서 불자의 삶, 보살의 삶을 일깨우는 감동이 있는, 앞으로 풍경소리의 표본으로 삼고 싶은 글이다.

‘감동이 있는 풍경소리’,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가야 할 길이다. 2023년 풍경소리 24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다시 풍경소리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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