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작가.
이석준 작가.

 

지금 9월의 연꽃 밭을 거닐고 있는 나의 시야에는 큼지막한 연잎들이 마치도 크나 큰 우산을 연상케 하고 있으며,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몇 개의 연꽃만이 도량을 찾는 불자들을 맞고 있는 가을 초입의 풍광은 까맣게 변하고 있는 연밥과 누렇게 물들고 있는 연잎들이 자연의 무상(無常)함을 알려주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연꽃들이 그 찬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청, 백, 적, 황의 수려한 색감과 청아하면서도 고결함을 느낄 때마다 연꽃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덕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불교 수행의 궁극적 경지인 열반의 4덕과의 묘한 연관성도 함께 떠올리고 있었다.

연꽃의 네 가지 덕 가운데 첫째인 고요함(靜)은 열반의 4덕인 상, 락, 아, 정의 정(靜)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고요함이란 어떤 외부의 유혹이나 욕망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연잎은 그 어떤 세찬 빗방울에도 물들지 않고 흘려보내며

고결함을 잃지 않고 있다.

두 번째인 맑음(淨)은 4덕 가운데 참나(我)와 연결되고 있다. 자신의 성품이 맑으면 그 어떤 세속의 더러움도 정화시키고 진흙 속에서도 고결한 꽃을 피워 내듯이 본래의 맑은 성품은 참나(我)를 유지하고 있는 소중한 덕인 것이다.

세 번째인 청정함(淸)은 4덕 가운데 항상함(常)의 성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 푸르른 소나무가 세상 그 어떤 사물 가운데 항상함을 대표하고 있으며 푸르른 바다가 항상 모든 강물을 항상 포용하듯이 청정함은 항상함(常)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인 향기로움(香)은 4덕 가운데 즐거움(樂)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깨달음의 향기를 지닌 이들은 상대를 기쁘고 즐겁게 하여 모두를 고통이 사라지고 번뇌의 불길이 꺼진 즐거움(樂)의 경지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연꽃과 열반의 네 가지 덕에는 서로 상의상관(相依相關)하는 연기의 법칙이 담겨 있으며,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인드라망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중중무진의 법계연기 사상이 깃들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불길로 타오르고 있는 지금, 이제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의 네 가지 덕과 불교의 궁극적 경지인 열반의 4덕과의 관계를 잘 살펴서 모든 번뇌와 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의 건널목을 오고 가는 지혜와 자비로움을 지닌 불자로 거듭나고자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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